매거진
ETF를 이용한 분산투자
앞선 글에서 ETF가 무엇인지, 어떤 유형이 있는지, 무엇을 기대하면 안 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바뀐다. 그 도구를, 나는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ETF가 무엇인가”에서 “ETF를 어떻게 쓸 것인가”로 넘어간다.
나누어야 한다는 원칙은 앞에서 정리했고, 그 나눔을 실행할 도구도 알았다. 그런데 원칙과 도구가 있다고 해서 구성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상품 목록 앞에 서면 질문은 늘 같아진다. 무엇을, 몇 개나, 어떤 비율로 들어야 하는가.
개수부터 답하고 싶어지지만, 그 앞에 확인할 게 있다. 지금 들고 있는 것들은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가.
5줄 요약
ETF 하나만 사도 여러 기업에 나누는 효과가 난다. 다만 그 나눔은 그 ETF가 담는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다.
여러 ETF를 조합할 때는 상품을 먼저 고르지 않는다. 무엇으로 나눌 것인지, 축을 먼저 정한다.
자산의 종류는 역할을 나누고, 지역은 한 나라에 묶이는 위험을 나누고, 투자목적은 이 돈이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는지를 나눈다.
ETF를 여러 개 들고 있어도 담는 기업이 겹치면, 실제로 나뉜 정도는 생각보다 작다.
넓게 담는 중심 묶음을 먼저 세우고 곁가지를 더하는 순서가 편하다. 곁가지가 커지면 그건 이미 집중이다.
ETF 하나로 얻는 분산, 그리고 그 경계
ETF를 하나 사면, 그 안에 담긴 여러 기업에 한 번에 나누어 투자하는 효과가 난다. 앞선 글에서 본 대로 이게 ETF의 가장 큰 쓸모다.
여기서 줄어드는 건 한 기업에 묶인 위험이다. 그 안의 한 회사가 실적을 크게 놓쳐도, 내 자산 전체가 같은 폭으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종목을 직접 수십 개 고르지 않아도 그런 상태가 만들어진다.
다만 줄어들지 않는 것도 있다. 그 ETF가 담는 시장 전체가 내려가면, 안에 든 기업이 몇 개든 함께 내려간다. 시장 위험은 상품의 개수로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지수를 따라가는 ETF라도 그 안의 비중이 고르지는 않다. 대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비중이 크다. 이름은 시장 전체를 담은 상품인데, 실제 성과는 상위 몇 기업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백 개를 담았다는 말이 백 등분했다는 뜻은 아니다.
ETF를 사면 분산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ETF가 담는 범위까지 분산된다.
그래서 조합이 필요해진다. 하나로 덮이지 않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보고, 그 자리를 다른 조각으로 채우는 일이다.
조합은 상품이 아니라 기준에서 시작한다
ETF를 여러 개 담으려 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보통 “몇 개를 사야 하느냐”다. 하지만 개수는 결과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먼저 정할 건 무엇을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다. 기준 없이 상품부터 고르면, 눈에 익은 이름들이 모여 결국 비슷한 걸 여러 번 사게 된다.
나누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잡아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그 기준을 축이라고 부른다.
- 자산의 종류 — 주식인가, 채권인가, 그 밖의 자산인가. 성격이 다른 조각을 섞는 축이다.
- 지역 — 어느 나라, 어느 통화에 묶여 있는가.
- 투자목적 — 이 돈이 성장에 참여하기를 바라는가, 들고 있는 동안의 현금을 바라는가, 지켜지기를 바라는가.
3부에서 나눌 때 확인할 것을 「같이 쓰러지는가」라고 불렀다. 축은 그 물음을 상품 앞에서 쓸 수 있게 쪼개 놓은 것이다 — 자산·지역·목적이 다르면 같이 쓰러질 이유도 그만큼 줄어든다.
축을 먼저 정하면 상품 고르기는 훨씬 단순해진다.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축이 없으면 좋아 보이는 상품을 계속 더하게 되고,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자산의 종류로 나누기
앞선 글에서 주식·채권·현금성 자산은 우열이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고 했다. ETF로 구성을 짤 때도 같다. 주식 ETF는 성장에 참여하는 자리, 채권 ETF는 출렁임을 완화하는 자리, 그 밖의 자산은 앞의 둘과 다르게 움직여 주기를 기대하는 자리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채권 ETF라고 해서 모두 같은 안전판은 아니다. 어떤 채권을 담는지, 만기가 짧은지 긴지에 따라 금리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원자재처럼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도 구성을 보완하는 조각으로는 쓰이지만, 중심 자리로 삼기에는 성격이 다르다.
- 장점 —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기 때문에, 나눈 효과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축이다.
- 단점 — 주식만 들고 있을 때보다 오르는 구간의 성과는 낮아 보일 수 있다.
- 유의 — “주식 ETF와 채권 ETF를 하나씩 샀다”가 곧 균형은 아니다. 얼마씩 담았는지가 실제 성격을 정한다.
지역으로 나누기
한 나라의 기업만 담으면 그 나라의 경기와 정책, 통화에 자산이 함께 묶인다. 지역을 나누는 건 그 묶임을 푸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자산을 담으면 환율이라는 변수가 하나 늘어난다. 같은 상품이라도 환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것과 그 영향을 줄이도록 만들어진 게 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내가 어느 쪽을 들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 장점 — 한 나라의 부진이 내 자산 전체의 부진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쉬워진다.
- 단점 — 환의 움직임이 성과에 섞여 들어와, 결과를 해석하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 유의 — 큰 충격에는 여러 나라가 함께 내려가기도 한다. 지역을 나눈다고 하락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투자목적으로 나누기
같은 주식 ETF라도 무엇을 보고 담느냐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시장 전체에 머무르려는 것, 배당이라는 현금 흐름을 보려는 것, 특정 주제에 참여하려는 건 서로 다른 질문에서 나온다.
목적으로 나눈다는 건 상품을 다양하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이 돈이 나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는지를 조각마다 분명히 해 두는 일이다. 그렇게 해 두면, 어느 조각이 부진할 때도 그 조각을 왜 들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
- 장점 — 각 조각의 역할이 분명해져, 시장이 흔들릴 때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조정할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 단점 — 목적이 겹치는 상품을 여러 개 담기 쉽고, 그러면 조각 수만 늘어난다.
- 유의 — 최근 성과가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조각을 늘리면, 그건 목적이 아니라 흐름을 따라간 것이다.
ETF가 항상 충분한 분산을 주지는 않는 이유
ETF라는 이름만으로 분산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분산했다고 믿게 만들어, 확인을 건너뛰게 하는 쪽에 가까울 때도 있다.
- 지수 안에서도 쏠린다 — 담은 종목 수가 많아도 큰 기업 몇 곳의 비중이 크면, 그 몇 곳이 전체를 끌고 간다.
- 이름만 다른 경우가 있다 — 따르는 지수가 같거나 비슷하면, 두 개를 사도 하나를 두 번 산 것에 가깝다.
- 테마는 이유가 하나다 — 여러 기업이 들어 있어도 오르내리는 이유가 같은 주제 하나라면, 함께 움직인다.
- 한 통화에 묶일 수 있다 — 여러 나라에 나눈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달러 같은 한 통화의 움직임에 함께 좌우될 수 있다.
- 채권 ETF도 종류가 다르다 — 만기와 발행 주체에 따라 성격이 달라, 이름만 보고 안전한 자리로 두기는 어렵다.
그래서 확인해야 할 건 늘 같다. 이 상품은 무엇을 담는가, 그리고 그건 내가 이미 들고 있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는가.
겹쳐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여러 ETF를 담았는데도 나눈 효과가 작은 가장 흔한 이유는, 같은 기업을 여러 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대표지수를 따르는 ETF, 대형 성장기업을 모은 ETF, 요즘 주목받는 기술 테마 ETF를 하나씩 샀다고 하자. 상품은 세 개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같은 기업 몇 개가 세 곳 모두에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기업의 비중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커진다.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상품 이름이 아니라 어떤 지수를 따르는지, 상위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본다. 이름이 달라도 따르는 지수가 비슷하면 결과도 비슷하다.
많이 들고 있는 것과 잘 나눈 건 다르다.
중심 묶음과 곁가지
구성을 짤 때 편한 순서가 하나 있다. 넓게 담는 조각을 중심에 먼저 두고, 그 위에 필요한 걸 곁가지로 더하는 방식이다.
중심은 오래 들고 갈 자리다. 시장 전체나 여러 나라를 넓게 담는 조각, 그리고 출렁임을 완화하는 조각이 여기에 들어간다. 이 자리는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전제다.
곁가지는 관심이나 목적에 따라 더하는 조각이다. 특정 지역, 특정 주제, 특정 성격의 자산이 여기 들어간다. 곁가지는 작게 두는 게 원칙이다.
기준은 비율의 숫자보다 이 질문에 가깝다. 이 조각이 크게 흔들려도 내 계획이 유지되는가. 유지된다면 곁가지고, 흔들린다면 그건 이미 중심이다. 이름을 곁가지라고 붙여 두었을 뿐이다.
- 장점 —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조정할지가 처음부터 나뉘어 있어, 시장이 흔들릴 때 판단이 단순해진다.
- 단점 — 곁가지가 잘나가는 구간에는 중심이 답답해 보이고, 비중을 늘리고 싶어진다.
- 유의 — 곁가지를 늘리는 건 분산이 아니라 집중을 늘리는 일이 되기 쉽다. 늘리기 전에 그 이유가 성과인지 목적인지를 구분한다.
순서대로 짜 보면
지금까지의 내용을 실제 순서로 놓으면 이렇게 된다.
먼저 비율을 정한다. 앞선 글에서 본 대로, 이 돈을 언제 쓸 것인지와 얼마나 내려가도 들고 갈 수 있는지에서 출발한다. 주식과 그 밖의 자산을 어떤 비율로 둘 것인지가 여기서 나온다.
다음으로 중심을 채운다. 정한 비율의 큰 덩어리를, 넓게 담는 조각으로 먼저 메운다. 이 단계에서 구성의 대부분이 정해진다.
그다음 빠진 축이 없는지 확인한다. 지역이 한곳에 몰려 있지는 않은지, 출렁임을 완화할 자리가 비어 있지는 않은지를 본다.
마지막으로 겹침을 확인하고 곁가지를 더한다. 이미 들고 있는 것과 겹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작게 붙인다.
이 순서의 장점은 중간에 멈춰도 구성이 성립한다는 점이다. 중심까지만 채우고 곁가지를 붙이지 않아도 그건 이미 하나의 완성된 구성이다. 반대로 곁가지부터 모으기 시작하면, 중심이 없는 채로 조각만 늘어난다.
그래서 몇 개가 적당한가
정해진 숫자는 없다. 다만 방향은 있다.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축을 채우는 것이 먼저다. 자산의 종류와 지역, 목적의 빈자리를 채우다 보면 필요한 조각의 수는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대개 그 수는 생각보다 적다.
반대로 조각이 너무 많아지면 각각이 왜 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나중에 비중을 조정하는 일도 번거로워진다. 관리할 수 없는 구성은 오래가기 어렵다.
마치며
ETF는 나눔을 실행하는 도구지만, 도구를 여러 개 들었다고 나눔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개수보다 이 물음이 먼저다. 여섯 개를 들고도 「같이 쓰러지는」 여섯이면 하나를 든 것과 다르지 않다.
하나로 얻는 분산에는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채우는 일이 조합이다. 조합은 상품이 아니라 축에서 시작하고, 겹침을 확인하는 순간에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 중심을 넓게 두고 곁가지를 작게 두는 순서는 그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상품을 고르기 전에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 보는 편이 낫다.
- 이 조각은 어떤 축의 빈자리를 채우는가?
- 이미 들고 있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는가, 아니면 같은 걸 한 번 더 사는 것인가?
- 이 조각이 크게 흔들려도 내 계획은 유지되는가?
그 답이 구성의 모양을 정한다. ETF로 나눈다는 건 좋은 상품을 모으는 일이기보다,
나에게 어떤 나눔이 필요한지를 알아 가며, 그 빈자리를 도구로 채우는 일
인 셈이다.
여기까지 오면 구성은 한 번 완성된다. 그런데 그 구성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오른 건 커지고 내린 건 작아지면서, 내가 정한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트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