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밸런싱이란 무엇인가

앞선 글에서 ETF를 조합해 구성을 짜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바뀐다. 한 번 정해 둔 그 비율은, 그대로 유지되는가.

 

분산을 다룬 글에서 “가끔 처음 비율 근처로 되돌리는 일은 시장을 맞히려는 매매가 아니라, 정한 성향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짧게 짚고 넘어간 대목이 있다. 이 글은 그 한 줄을 펼친 것이다.

구성을 짜는 일이 한 번의 결정이라면, 리밸런싱은 그 결정을 유지하는 일에 가깝다.

 

5줄 요약

처음 정한 비율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흐트러진다. 오른 자산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면 내가 정한 것보다 공격적인 구성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다.

리밸런싱은 오른 걸 덜고 내린 걸 채워, 위험의 크기를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일이다. 더 벌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방법은 날짜를 정해 두는 방식, 정한 비중에서 크게 벗어날 때만 하는 방식, 새로 넣는 돈으로 채우는 방식이 있다.

되돌리는 데는 세금과 거래비용이 든다. 자주 할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정해 둔 기준대로 하는 편이 낫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양팔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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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정한 비율은 왜 흐트러지는가

구성을 짤 때 정하는 건 비율이다. 주식과 채권을 6 대 4로 두기로 했다고 하자.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비율이 움직인다. 주식이 크게 오르고 채권이 제자리에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구성은 7 대 3 쪽으로 기울어 간다. 내가 결정한 건 없다. 가격이 대신 결정한 것이다.

 

이 변화에는 방향이 있다. 잘 오른 자산은 저절로 비중이 커지고, 부진한 자산은 저절로 작아진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구성은 최근에 잘된 것 쪽으로 기울어진다.

기울어진 구성은 대개 더 공격적인 구성이다. 오르는 동안에는 그게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결과가 좋아 보인다. 문제는 방향이 바뀔 때 드러난다.

 

그대로 두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6 대 4로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해서 정한 비율이었는데, 어느새 7 대 3이나 8 대 2가 되어 있다면, 나는 내가 감당하기로 한 것보다 큰 위험을 들고 있는 상태다.

하락이 오면 그 차이가 그대로 나타난다. 6 대 4일 때 견딜 만했을 하락이, 8 대 2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하락이 된다. 그리고 견디지 못하고 파는 순간, 처음에 세운 계획은 의미를 잃는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긴다. 가만히 두는 건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안전한 상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시장이 정해 준 비율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선택이다.

그 선택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그게 선택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한다.

 

리밸런싱의 기본 원리

리밸런싱은 흐트러진 비율을 처음 정한 자리로 되돌리는 일이다.

방법 자체는 단순하다. 비중이 커진 자산을 조금 덜어 내고, 비중이 작아진 자산을 그만큼 채운다. 7 대 3이 되었다면 주식을 조금 팔아 채권을 사서 다시 6 대 4로 맞추는 식이다.

 

이 동작을 두고 “오른 걸 팔고 내린 걸 사서 싸게 담는 기술”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구간도 있지만, 목적을 그렇게 두면 판단이 흔들린다. 오른 게 더 오르고 내린 게 더 내리는 구간도 있기 때문이다.

리밸런싱의 목적은 수익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리밸런싱은 더 벌기 위한 매매가 아니라, 내가 감당하기로 한 위험의 크기를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리밸런싱을 했는데 그 뒤 성과가 더 나빠 보이는 해도 있다. 그건 실패가 아니다. 애초에 겨냥한 게 그 해의 성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펼쳐 둔 월간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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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되돌릴 것인가

되돌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고, 내가 실제로 지킬 수 있는 방식이 좋은 방식이다.

 

날짜를 정해 두는 방식

반년에 한 번, 또는 일 년에 한 번처럼 시점을 미리 정해 두고, 그때 비율을 확인해 되돌린다.

가장 단순하고, 시장을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정해 둔 날짜에 확인하고 끝내면 된다.

 

정한 비중에서 벗어날 때만 하는 방식

날짜 대신 폭을 기준으로 삼는다. 정해 둔 비중에서 일정 폭 이상 벗어났을 때만 되돌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을 60%로 정해 두고, 그게 65%를 넘거나 55%를 밑돌면 그때 되돌린다고 정해 두는 식이다.

거의 움직이지 않은 해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크게 움직인 해에만 손을 대게 된다.

 

사는 것만으로 되돌리기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있다면, 파는 대신 새로 넣는 돈을 비중이 작아진 쪽에 몰아서 비율을 맞출 수 있다.

모으는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파는 거래가 없으니, 파는 데 따르는 세금과 비용도 생기지 않는다.

 

세금과 거래비용

되돌리는 일에는 비용이 든다. 이 점을 빼놓으면 리밸런싱은 실제보다 좋아 보인다.

파는 거래에는 수수료가 들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품이라면 사려는 가격과 팔려는 가격의 차이도 부담이 된다. 그리고 판다는 건 그때까지의 결과를 확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확정된 이익에는 세금이 따라붙을 수 있다.

 

세금이 붙는 방식은 어떤 상품인지, 어떤 계좌에서 들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는 원리만 남겨 둔다.

되돌리는 데는 값이 든다. 그래서 자주 되돌릴수록 좋은 게 아니다.

이 사실은 방식을 고르는 데도 영향을 준다. 파는 거래를 줄이려면 새로 넣는 돈으로 채우는 방식이 유리하고, 파는 거래가 필요하다면 되도록 횟수를 줄이는 편이 낫다.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가

여기에도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양쪽 끝은 분명하다.

너무 자주 하면 비용이 성과를 깎는다. 시장이 조금 움직일 때마다 맞추다 보면, 리밸런싱이 아니라 잦은 매매가 된다.

반대로 아예 하지 않으면 구성은 계속 기울어진다. 몇 해가 지나면 처음 정한 비율과는 다른 성격의 자산이 되어 있다.

 

그래서 실제로 중요한 건 주기의 숫자가 아니라 기준을 미리 정해 두었는가다.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되돌리는 시점을 그때그때의 시장 분위기로 판단하게 된다. 그건 리밸런싱이 아니라 예측이다.

 

언제부터 신경 쓰면 되는가

이제 막 시작한 사람에게 리밸런싱은 조금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모은 돈이 아직 적고 매달 넣는 금액이 그에 비해 크다면, 비율은 새로 넣는 돈만으로도 상당 부분 맞춰진다. 이 시기에는 되돌리는 일보다 정한 비율대로 계속 넣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리밸런싱이 실제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건, 쌓인 자산이 매달 넣는 금액보다 충분히 커졌을 때다. 그때부터는 새로 넣는 돈으로 기울어진 비율을 바로잡기 어려워지고, 한 해의 출렁임이 전체 비율을 크게 바꿔 놓는다.

숫자로 보면 시기가 갈리는 지점이 분명해진다. 모은 돈이 500만 원이고 매달 50만 원을 넣는다면, 한 달 치가 전체의 10%다.

같은 50만 원이 자산 5,000만 원 위에서는 1%다. 주식이 한 해 30% 오르고 채권이 제자리면 6 대 4는 대략 7 대 3이 되는데, 1%씩 얹어서는 그 차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여기서부터는 넣는 것만으로 맞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편하다. 처음에는 넣는 것으로 맞추고, 자산이 커지면 되돌리는 것으로 맞춘다. 두 방식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시기가 다른 것이다.

 

되돌리는 것과 바꾸는 건 다르다

여기서 하나 더 구분해 둘 게 있다. 비율을 되돌리는 일과, 정해 둔 비율 자체를 바꾸는 일은 다르다.

리밸런싱은 기준을 그대로 두고 현재 상태를 기준에 맞추는 일이다. 반면 6 대 4를 5 대 5로 바꾸는 건 기준 자체를 옮기는 일이다.

 

자리를 짚어 두면 이렇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조정할 때마다 비율이 조금씩 시장 쪽으로 끌려간다. 되돌린다고 하면서 실은 기준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을 바꿔야 할 때가 없지는 않다. 돈을 써야 하는 시점이 가까워졌거나, 소득과 생활이 달라졌거나, 몇 번의 하락을 겪으며 자신이 견딜 수 있는 폭을 다시 알게 되었을 때가 그렇다. 이런 이유는 모두 시장이 아니라 내 쪽에서 생긴 변화다.

반대로 “요즘 이쪽이 좋아 보여서” 기준을 옮기는 건 리밸런싱이 아니다. 그건 구성을 바꾸는 판단이고, 그렇다면 그렇게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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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밸런싱이 어려운 진짜 이유

방법은 단순한데, 막상 하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다. 이유는 계산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리밸런싱은 잘 오르고 있는 걸 덜어 내고, 부진한 걸 더 사는 일이다. 사람의 감각과는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오르는 자산은 더 들고 있고 싶고, 내리는 자산은 줄이고 싶어진다.

 

특히 크게 내리는 구간에서 어렵다. 주식이 크게 내려 비중이 줄었을 때 규칙대로 하려면 주식을 더 사야 하는데, 그 시점에는 더 내려갈 것 같은 이야기가 사방에 있다. 반대로 크게 오르는 구간에서는 잘 오르는 자산을 왜 지금 팔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리밸런싱을 실제로 할 수 있는지는, 방법을 아는지가 아니라 내가 정한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에 달려 있다.

 

이 지점에서 앞선 글들의 질문이 다시 돌아온다. 견딜 수 있는 출렁임의 크기를 알고 비율을 정했다면, 리밸런싱은 그 비율을 지키는 절차일 뿐이다. 그 크기를 모른 채 비율만 흉내 냈다면, 리밸런싱은 매번 새로운 결정이 되고 결국 하지 못하게 된다.

규칙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는 대개 규칙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규칙이기 때문이다.

계속 지키지 못한다면, 나를 규칙에 맞추기보다 규칙을 내 성향에 맞게 다시 정하는 편이 낫다.

 

마치며

여기까지 오면, 자기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료가 갖춰진다.

왜 나누어야 하는지, 무엇을 얼마나 담을지, 그 나눔을 어떤 도구로 실행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 흐트러진 비율을 어떻게 되돌릴지. 리밸런싱은 그 마지막 자리에서 구성을 처음 모습으로 붙잡아 두는 일이다.

 

비율을 정한 뒤에는 이런 질문을 함께 정해 두는 편이 낫다.

그 답이 구성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른다. 리밸런싱을 한다는 건 시장을 다루는 기술이기보다,

한 번 정한 나의 기준을 시간이 지나도 지켜 내는 일

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