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고른 다음에 무엇을 보는가

앞선 글까지 구성을 짜고, 그 구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이제 시선을 다시 종목 하나로 옮겨 본다. 2부에서 성장·가치·배당·모멘텀처럼 여러 갈래의 방법을 살펴보았는데, 그 방법으로 실제 종목을 골랐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투자 이야기는 대부분 사는 순간에서 끝난다. 무엇을 사야 하는지는 어디에나 있지만, 산 뒤에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투자자가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산 뒤다.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지만, 들고 있는 기간은 몇 년일 수도 있다.

 

그 몇 년 동안 붙들고 있어야 할 물음은 하나다. 나는 왜 이걸 샀는가.

 

5줄 요약

산 뒤에 확인해야 할 건 가격이 아니라, 내가 그걸 산 이유가 아직 유효한가다.

그래서 살 때 이유를 적어 두어야 한다.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가격만 남는다.

성장을 보고 샀는지, 배당을 보고 샀는지, 값이 싸다고 봐서 샀는지에 따라 확인해야 할 것도 달라진다.

파는 기준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이유가 사라졌을 때, 더 나은 자리가 있을 때, 비중이 너무 커졌을 때다.

매일 들여다보는 일은 확인이 아니라 감시에 가깝다. 확인에도 알맞은 간격이 있다.


 

공책에 펜으로 무언가를 적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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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샀는지를 적어 두는 일

가장 먼저 할 일은 거창하지 않다. 이 종목을 왜 샀는지 한두 줄로 적어 두는 것이다.

사는 순간에는 이유가 분명하다. 실적이 좋아 보였거나, 값이 싸 보였거나, 배당이 마음에 들었거나, 흐름이 좋아 보였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유가 몇 달만 지나도 흐려진다는 점이다.

 

이유가 흐려지면 남는 건 가격뿐이다. 그러면 오르면 잘한 선택 같고 내리면 잘못한 선택 같아진다. 판단의 기준이 내 생각에서 시세로 넘어간다.

적어 두면 나중에 그 문장과 지금의 상황을 견줘 볼 수 있다. 판단이 흔들릴 때 돌아갈 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기록은 과거를 남기려는 게 아니라, 나중의 나에게 판단 기준을 남기려는 것이다.

 

기록은 이렇게 남긴다

거창한 양식은 필요 없다. 한 종목에 다섯 줄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사기 전에 쓴다는 점이다. 산 뒤에 쓰면 이미 가진 종목을 정당화하는 문장이 되기 쉽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읽을 때, 그때의 내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몰랐는지가 보인다. 이 기록이 쌓이면 종목을 보는 눈보다 내 판단의 습관이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서류 위에 놓인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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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유마다 확인할 게 다르다

여기서 2부의 이야기가 다시 돌아온다. 방법이 여러 갈래였다는 말은, 확인해야 할 것도 갈래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같은 뉴스를 보고도 어떤 투자자는 아무 일 아니라고 넘기고 어떤 투자자는 판단을 바꾼다. 보고 있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목록의 요점은 항목을 외우는 데 있지 않다. 내가 무엇을 보고 샀는지 모르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얼마나 자주 확인할 것인가

확인에도 알맞은 간격이 있다.

매일 시세를 들여다보는 일은 확인이 아니다. 하루의 출렁임에는 기업의 변화가 거의 담겨 있지 않다. 그런데도 매일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에도 무언가 결정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반대로 사 두고 몇 년을 잊는 것도 확인은 아니다. 산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모르고 있으면, 그건 장기투자가 아니라 방치다.

기업의 실적은 분기마다 나온다. 대부분의 판단에는 그 정도 간격이면 충분하다. 흐름을 보고 산 경우라면 더 짧아야 하고, 시장 전체를 산 경우라면 훨씬 길어도 된다.

 

뉴스를 가려 읽는 법

들고 있는 종목에는 끊임없이 소식이 나온다. 그런데 그 소식이 전부 같은 무게를 갖지는 않는다.

구분하는 기준은 하나다. 이 소식이 내가 산 이유를 흔드는가.

 

 

두 번째만 확인 대상이다. 첫 번째에 반응하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판단을 바꾸게 된다.

다만 조심할 게 있다. 사람은 자기가 들고 있는 종목에 유리한 소식을 더 크게, 불리한 소식을 더 작게 본다. 그래서 나쁜 소식일수록 한 번 더 읽어 보는 편이 균형에 가깝다. 팔고 싶지 않은 마음이 판단을 대신하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선로가 갈라지는 지점의 전환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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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파는가

사는 기준은 많이 이야기되지만, 파는 기준은 대개 정해 두지 않는다. 그래서 파는 결정은 늘 급하게 내려진다.

정리해 두면 이유는 세 가지 정도다.

 

산 이유가 사라졌을 때

가장 분명한 기준이다. 성장을 보고 샀는데 성장이 멈췄다면, 배당을 보고 샀는데 배당이 줄었다면, 내가 산 이유는 더 이상 없다.

이때 가격은 기준이 아니다. 손실 중이어도 이유가 사라졌으면 파는 게 맞고, 수익 중이어도 이유가 살아 있으면 들고 가는 게 맞다. 기록해 둔 한두 줄이 여기서 제 몫을 한다.

 

더 나은 자리가 있을 때

가진 돈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 들고 있는 것보다 분명히 나은 자리가 보인다면 옮기는 것도 선택이다.

다만 이 기준은 남용되기 쉽다. 최근에 오른 게 늘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옮기기 전에 지금 걸 팔 이유저걸 살 이유를 따로 적어 보면, 그중 하나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비중이 너무 커졌을 때

앞선 글의 리밸런싱과 만나는 지점이다. 한 종목이 크게 오르면 그 비중이 커지고, 구성 전체가 그 종목의 결과에 좌우된다.

이때 파는 건 그 기업을 나쁘게 봐서가 아니다. 내가 감당하기로 한 크기로 되돌리는 일이다. 좋은 기업이라도 내 자산의 대부분이 되면 성격이 달라진다.

 

손실 중인 종목을 다루는 일

가장 어려운 자리다. 내려간 종목 앞에서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를 하려 한다. 더 사서 평균 가격을 낮추거나, 정리하고 잊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정해 두기는 어렵다. 다만 판단의 순서는 정할 수 있다. 가격을 보기 전에 이유부터 본다.

 

산 이유가 그대로인데 값만 내렸다면, 그건 견디거나 더 담을 자리일 수 있다. 산 이유가 사라졌는데 값이 내렸다면, 더 담는 건 이유 없는 종목의 비중을 키우는 일이다.

 

확인이 감시가 되지 않으려면

확인의 목적은 마음을 놓는 데 있지, 불안을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시세 화면을 하루에도 여러 번 여는 사람은 대개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여는 것이다. 그러면 정보는 늘어나지 않고 피로만 쌓인다.

 

그래서 기준과 간격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다. 무엇을 볼지, 언제 볼지가 정해져 있으면 그 사이에는 보지 않아도 된다.

정해 두는 이유는 더 많이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마치며

사는 일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그리고 산 뒤에 계속 확인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산 이유」다.

산 이유를 적어 두고, 그 이유에 맞는 걸 알맞은 간격으로 확인하고, 이유가 사라졌을 때 정리한다. 이 세 가지가 종목을 다루는 일의 대부분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투자하는 사람은 대개 이 자리를 지킨다.

 

종목을 하나 들고 있다면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낫다.

세 번째 질문에 미리 답해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 답이 없으면, 결정은 결국 그날의 가격이 대신하게 된다.

산 뒤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기로 했는지를 적어 둔 기억이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매번 이렇게 판단하는 대신, 아예 기준을 정해 두고 그대로 따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