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개인·소액 투자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여기까지 오면서 주식이 무엇인지, 투자 방법에는 어떤 갈래가 있는지, 어떻게 나누고 얼마씩 담을지, 그 나눔을 어떤 도구로 실행하고 어떻게 유지할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는 내가 어떤 조건에 서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했다.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그래서 나 같은 개인은, 실제로 어떻게 하면 되는가.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주는 글은 많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계속 이야기해 온 건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여기서도 답을 고르지 않고, 개인이 실제로 설 수 있는 자리를 정리한다.

 

5줄 요약

개인이 수백 개 종목을 매번 들여다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간과 정보가 기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 판단을 규칙으로 바꾸는 길과, 이미 묶여 있는 상품을 골라 오래 들고 가는 길이다.

둘은 우열이 아니라 조건의 문제이고, 섞어 쓸 수도 있다. 중심은 묶음으로 두고 곁가지만 직접 다루는 방식이 그렇다.

묶음을 고를 때는 넓게 담는가, 비용이 낮은가, 오래 유지될 이유가 있는가, 내가 설명할 수 있는가를 본다.

어느 길을 택하든 공통으로 필요한 건 같다. 기간, 비중, 기록, 비용, 그리고 계속하는 일이다.


 

지도 위에 놓인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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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조건부터 인정하기

개인 투자자는 기관과 다른 조건에 서 있다. 이걸 인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낫다.

기업 하나를 제대로 보려면 실적과 사업 구조, 경쟁 상황, 산업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한 종목에도 시간이 든다. 그런데 분산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면 종목 수는 늘어난다. 제대로 보는 일과 충분히 나누는 일이 서로 부딪힌다.

 

여기에 현실이 더해진다. 대부분의 개인은 직업이 따로 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고, 정보가 도착하는 속도도 기관보다 늦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수십 종목을 모두 관리한다”는 계획은 대개 몇 달을 넘기지 못한다.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무리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에게만 있는 조건도 있다. 성과를 분기마다 보고할 필요가 없고, 남과 비교당하지 않으며,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이점이다.

개인의 강점은 빠르게 움직이는 데 있지 않고,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길은 두 갈래로 갈린다

매번 모든 걸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에는 두 가지 해법이 있다. 이 시리즈에서 이미 둘 다 다뤘다. 앞에서 붙여 둔 이름으로 옮기면 이렇다.

 

 

둘 다 「같이 쓰러지는가」를 따로 확인해야 하는 건 같다. 규칙이 있다고, 묶음을 샀다고 저절로 나뉘지는 않는다.

 

갈래 하나 — 판단을 규칙으로 바꾼다

매번 새로 판단하는 대신, 무엇을 언제 사고 팔지 조건을 정해 두고 그 조건에 맞는 것만 본다. 사람이 수백 종목을 훑는 대신 정해 둔 기준이 대상을 좁혀 주는 방식이다.

앞선 글에서 본 대로, 이 방식의 핵심은 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데 있다. 그리고 규칙은 과거에 비춰 볼 수 있어서, 내가 견딜 수 있는 크기인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갈래 둘 — 이미 묶여 있는 걸 골라 오래 들고 간다

개별 기업을 일일이 보지 않고, 여러 종목을 담아 둔 묶음을 골라 그 비중만 관리하는 방식이다. 4~6부에서 본 ETF가 여기에 해당한다.

확인할 대상이 기업에서 구성으로 옮겨 간다. 어떤 기업의 실적이 아니라, 내가 정한 비율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본다.

 

둘은 배타적이지 않다

많은 개인이 실제로 쓰는 방식은 둘의 조합이다. 중심은 넓게 담는 묶음으로 채우고, 관심 있는 종목만 곁가지로 직접 다루는 것이다.

5부에서 본 중심과 곁가지가 여기에 그대로 적용된다. 직접 다루는 부분이 크게 흔들려도 전체 계획이 유지되는 크기라면, 그 방식은 지속될 수 있다. 반대로 곁가지가 계획을 흔들 만큼 커졌다면, 그건 이미 중심이다.

 

언덕 너머로 이어지는 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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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을 고를 때 보는 것

개인 투자자에게 자주 권해지는 방식은 넓게 담는 묶음을 골라 정해진 비율로 오래 들고 가는 것이다. 시간이 적게 들고, 한 번의 판단 실수가 전체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을 권하는 사례가 많다.

다만 “좋은 ETF를 고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이 좋은지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에서 쌓아 온 기준으로 바꿔 보면 네 가지가 된다.

 

 

네 번째가 실질적인 기준이다. 앞의 세 가지를 만족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 상품은 하락이 왔을 때 그대로 팔게 된다.

오래 들고 갈 수 있는 건 성과가 좋았던 상품이 아니라, 내가 왜 들고 있는지 아는 상품이다.

 

어느 길이든 공통으로 필요한 것

두 갈래 중 무엇을 고르든, 아래 다섯 가지는 같다. 사실 이 시리즈 전체가 이 다섯 가지를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해 온 셈이다.

 

기간 — 이 돈을 언제 쓸 것인지가 나머지 결정을 대부분 정한다. 짧으면 출렁임이 큰 자산을 줄이고, 길면 지나갈 구간으로 본다.

비중 — 무엇을 사느냐보다 얼마나 담느냐가 결과의 폭을 정한다. 한 종목이 전체의 대부분이 되면, 그 판단이 곧 내 자산의 운명이 된다.

기록 — 왜 샀는지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가격만 남는다. 기록은 나중의 나에게 남기는 판단 기준이다.

비용 — 수수료와 세금은 매번은 작아 보여도 오래 쌓인다. 자주 사고팔수록 이 항목이 커진다.

계속하는 일 — 정해진 금액을 정해진 간격으로 넣는 단순한 습관이, 시점을 맞히려는 시도보다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처음이라면 어디서부터

앞의 다섯 가지를 실제로 하는 순서로 놓으면 이렇게 된다. 어느 갈래를 택하든 순서는 같다.

 

하나. 쓸 돈을 먼저 뺀다. 몇 달 안에 쓸 돈과 갑작스러운 일에 대비할 돈은 투자에 넣지 않는다. 이게 없으면 하필 시장이 내려간 때에 자산을 깨게 된다.

둘. 기간을 정한다. 남은 돈을 언제 쓸 것인지 정한다. 정해지지 않으면 모든 하락이 위기처럼 느껴진다.

셋. 비중을 정한다. 출렁임이 큰 자산을 얼마나 둘지 정한다. 앞선 글의 질문이 여기서 쓰인다. 얼마나 내려가도 계속할 수 있는가.

넷. 방식을 고른다. 직접 다룰 것인가, 묶음을 고를 것인가, 섞을 것인가. 시간과 관심의 크기가 이 결정을 대부분 정한다.

다섯. 정기적으로 넣는다. 금액과 간격을 정해 두고 그대로 넣는다. 시점을 고르려 하지 않는 게 이 단계의 요령이다.

여섯. 기록한다. 왜 이렇게 정했는지 한 장으로 남긴다. 흔들릴 때 읽을 건 뉴스가 아니라 이 기록이다.

 

여섯 단계 중 앞의 셋은 종목과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 결과의 대부분은 거기서 정해진다.

 

하락이 왔을 때

어떤 방식을 택해도 하락은 온다. 그때 무엇을 할지는 하락이 오기 전에 정해 두어야 한다. 내려간 뒤에 정하는 계획은 대개 계획이 아니라 반응이다.

 

미리 정해 둘 건 세 가지다.

 

대부분의 큰 손실은 잘못 산 데서 오지 않는다. 내려간 뒤에 계획에 없던 결정을 하면서 생긴다. 그래서 하락 구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훌륭한 실행이다. 정해 두었다면 말이다.

 

흙에서 막 올라온 어린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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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이 작을 때 오히려 유리한 것

소액으로 시작하는 걸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먼저 실수의 값이 싸다. 같은 실수라도 지금 겪으면 수업료가 적고, 자산이 커진 뒤에 겪으면 회복이 어렵다. 하락을 한 번 지나 보는 경험은 어떤 글보다 정확하게 자기 성향을 알려 준다.

그리고 매달 넣는 돈이 자산에 비해 크다. 앞선 글에서 본 대로, 이 시기에는 파는 거래 없이 새로 넣는 돈만으로 비율을 맞출 수 있다. 비용도 세금도 거의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기에 정말 중요한 일은 수익률이 아니라, 계속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두는 것이다. 자산이 커진 뒤에 방식을 처음 정하려 하면, 그때는 실험할 여유가 없다.

 

마치며

이 시리즈는 주식이 무엇인지에서 시작해, 투자 방법의 갈래와 나누는 이유, 비율과 도구,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나 자신을 확인하는 일까지 왔다.

여기까지 오면 처음의 질문이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시작할 때의 질문은 대개 “무엇을 사야 하는가”다. 지금의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 있는 편이 낫다. 나는 무엇을, 왜, 얼마나, 언제까지 들고 갈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남겨 둘 질문은 세 가지다.

 

1부에서 주식을 「연결하는 장치」라고 불렀고, 2부에서는 갈래가 달라도 밑에 깔린 물음은 「같은 질문」 하나라고 했다. 열 편을 지나온 지금, 그 물음에 남는 답은 종목 이름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것이다.

 

가장 좋은 전략을 고르는 일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어떤 해에는 이 방법이, 다른 해에는 저 방법이 앞선다. 고를 수 있는 건 성적이 아니라 내가 계속할 수 있는가뿐이다.

질문은 “어떤 전략이 가장 좋은가”가 아니라 “나에게 지속 가능한 전략은 무엇인가”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이 곧 자기 자신을 알아 가는 과정이고,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반복해 온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