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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평균선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
앞선 글에서 지표는 가격을 다시 계산한 값이라고 정리했다. 그 “다시 계산”의 가장 단순한 형태가 평균이다.
이동평균선은 지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들고, 지금도 가장 널리 쓰인다. 계산이 초등학교 산수 수준이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단순하다는 것과 제대로 알고 쓴다는 건 다른 이야기다. 평균선이 위를 향하면 좋고 아래를 향하면 나쁘다는 정도로만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선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앞인가, 뒤인가.
5줄 요약
단순이동평균(SMA)은 최근 N개 봉의 종가를 더해서 N으로 나눈 값이다.
평균은 지나간 값으로 만들기 때문에 방향이 바뀌는 시점을 가격보다 늦게 반응한다. 결함이 아니라 계산에서 따라오는 성질이다.
기간이 짧으면 가격에 바짝 붙고, 길면 느리게 따라온다. 기간이 곧 이 지표의 성격이다.
짧은 평균이 긴 평균을 넘어서는 걸 골든크로스, 반대를 데드크로스라 부른다. 두 평균의 속도 차이를 본 것이다.
방향 없이 오르내리는 구간에서는 교차가 잦게 일어나며, 이때가 이동평균선이 가장 약한 구간이다.

계산은 이게 전부다
기간이 20인 단순이동평균은 이렇게 구한다.
최근 20개 봉의 종가를 모두 더한 뒤 20으로 나눈다.
봉이 하나 새로 생기면 가장 오래된 봉 하나가 빠지고 새 봉이 들어온다. 이 계산을 봉마다 반복하면 값이 하나씩 나오고, 그 값들을 이으면 차트에 보이는 선이 된다.
그래서 이 선의 정체는 “최근 20봉 동안의 평균 가격 수준”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선이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는지도 이 식에서 곧바로 나온다. 새로 들어온 봉과 빠져나간 봉의 차이를 20으로 나눈 값이다. 어제 빠진 봉이 9,000원이고 오늘 들어온 봉이 11,000원이면 평균선은 100원 올라간다.
20봉이 모이기 전까지는 값이 아예 없다. 차트 왼쪽 끝에서 평균선이 조금 뒤에서 시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평균은 반드시 늦는다
이동평균선을 두고 “늦다”는 지적이 자주 나온다. 맞는 말이지만,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격이 어제까지 10,000원 근처였다가 오늘 11,000원이 되었다고 하자. 20봉 평균에는 오늘 값이 20분의 1만큼만 반영된다. 나머지 19개는 여전히 예전 가격이다.
평균이 새 가격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새 가격의 봉이 충분히 쌓여야 한다. 늦는 게 아니라, 늦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계산이다.
그래서 이 선이 가리키는 곳은 늘 「지나온 자리」다. 평균선은 앞을 가리킨 적이 한 번도 없다. 방금 지나온 스무 개의 봉이 어디쯤이었는지를 한 줄로 그려 줄 뿐이다.
이 늦음이 손해이기만 한 건 아니다. 잔파동을 지워 주는 일도 같이 한다. 하루짜리 출렁임은 20분의 1로 옅어져 선을 거의 흔들지 못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단순이동평균선은 오늘 가격이 그대로여도 움직일 수 있다. 새 봉이 들어오는 동시에 20봉 전의 봉이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그때 빠지는 값이 크면 가격이 제자리여도 선은 내려가거나 올라간다. 선의 움직임이 늘 오늘의 가격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다.
부드러움과 빠름은 같은 손잡이의 양 끝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준다.
이 맞바꿈을 조절하는 손잡이가 바로 기간이다.
기간이 성격을 정한다
같은 이동평균선이라도 기간에 따라 전혀 다른 선이 된다.
- 짧은 기간(5봉 안팎) — 가격에 바짝 붙어 다닌다. 방향이 자주 바뀌고, 그만큼 교차도 자주 생긴다
- 중간 기간(20봉 안팎) — 짧은 출렁임은 지워지고 몇 주 단위의 흐름이 남는다
- 긴 기간(60봉·120봉) — 거의 완만한 곡선이 된다. 방향이 한 번 바뀌면 오래 유지된다
흔히 쓰이는 5·20·60·120 같은 숫자에 특별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한 주, 한 달, 한 분기, 반년의 거래일 수에서 나온 관습에 가깝다.
1부에서 지표의 재료를 「한 재료」라고 불렀다. 기간을 바꾸는 일은 재료를 바꾸는 게 아니라 같은 재료를 몇 개씩 묶어 볼 것인지를 바꾸는 일이다. 선이 달라 보여도 쓴 재료는 같다.
이 사이트의 “나만의 거래 전략 만들기” 화면에서도 이동평균선의 기본값은 20봉이고, 교차를 볼 때 쓰는 짝은 5봉과 20봉으로 잡혀 있다. 관습적인 값에서 출발한 뒤 필요하면 바꾸라는 뜻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봉”은 날이 아니다. 일봉에서 20봉은 한 달 남짓이지만, 30분봉에서 20봉은 하루 반이다.
가격과 평균선을 비교한다는 것
이동평균선의 가장 단순한 사용법은 지금 종가가 평균선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보는 것이다.
종가가 20봉 평균보다 위에 있다면, 이건 “지금 가격이 최근 20봉의 평균 수준보다 높다”는 사실을 말한다. 계산이 말해 주는 건 여기까지다.
이걸 “상승 추세”라고 부르는 건 해석이 한 겹 더 얹힌 것이다. 해석은 대체로 쓸모 있지만, 계산이 말하는 것과 해석은 갈라 두는 편이 좋다.
선이 향하는 방향, 그러니까 기울기도 함께 본다. 기울기는 “평균 수준 자체가 오르고 있는가”를 뜻한다. 가격이 평균 위에 있어도 평균선이 아래를 향하고 있다면, 최근에 올라섰을 뿐 그 전까지는 내려오던 중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거리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정보다. 다만 멀리 떨어졌다는 사실이 곧 되돌아온다는 뜻은 아니다. 벌어진 채로 계속 벌어지는 구간이 있고, 거리가 큰 이유도 최근에 빠르게 움직여서일 수도, 완만한 흐름이 오래 이어져 평균이 못 따라와서일 수도 있다.

교차와 배열
기간이 다른 두 평균선을 함께 그리면 교차가 생긴다.
- 골든크로스 — 짧은 평균이 긴 평균을 아래에서 위로 지나가는 것
- 데드크로스 — 짧은 평균이 긴 평균을 위에서 아래로 지나가는 것
이름이 거창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짧은 평균은 최근 값에 민감하고 긴 평균은 둔하다. 그래서 최근 구간의 평균 수준이 더 긴 구간의 평균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교차로 나타난다.
교차는 이미 지나간 일을 알려 주는 것이다. 두 평균이 만나려면 그전에 가격이 먼저 움직였어야 한다. 교차 시점에서 보면 변화는 이미 얼마간 진행된 뒤다.
교차는 앞날의 신호가 아니라, 두 평균의 속도 차이가 뒤집혔다는 뜻이다.
평균선을 셋 이상 그리면 교차 대신 순서가 눈에 들어온다. 짧은 평균이 맨 위에 오고 긴 평균이 차례로 아래 놓인 상태를 정배열, 그 반대를 역배열이라 부른다.
뜻은 교차와 같은 이야기다. 최근으로 올수록 가격대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려 줄 뿐이다. 다만 순서가 완전히 뒤집히려면 시간이 걸려서, 배열이 바뀌었을 무렵에는 변화가 이미 한참 지나간 뒤인 경우가 많다.
가장 약해지는 구간
이동평균선이 힘을 못 쓰는 구간은 분명하다. 방향 없이 좁은 폭에서 오르내리는 구간이다.
이런 구간에서는 짧은 평균과 긴 평균이 거의 붙어 다닌다.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두 선이 서로를 넘나들고, 교차가 며칠 간격으로 반복된다.
교차를 신호로 삼는다면 이 구간에서는 신호가 계속 나오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방향은 매번 다르다. 신호의 수는 늘어나고 쓸모는 줄어든다. 여기에 매매 비용까지 더해지면 손실은 더 커진다.
반대로 한 방향으로 오래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두 선이 벌어진 채 유지되어 교차가 드물게 나온다. 같은 설정인데도 시장의 성격에 따라 신호가 나오는 횟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편이 좋다.
“지지선”이라는 말
이동평균선을 두고 “20일선이 지지해 준다”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가격이 내려오다가 평균선 근처에서 멈추고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그런 모습이 자주 보이는 건 맞다. 다만 그 이유를 “선이 가격을 받쳐 준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앞뒤가 뒤집힌다.
평균선은 가격이 만들어 낸 결과다. 원인과 결과의 방향이 반대다. 선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게 아니라, 가격이 지나간 자리를 평균이 뒤따라 그린 것이다.
널리 쓰이는 선일수록 많은 사람이 같은 자리를 보고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설명은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계산이 알려 주는 내용이 아니라 해석이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평균선이 가격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가격이 평균선을 만든다.
단순평균과 지수평균
평균을 내는 방식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최근 값에 더 큰 몫을 주는 지수이동평균(EMA)이다.
단순평균은 20개 봉에 모두 똑같이 20분의 1씩 무게를 준다. 어제 값과 20일 전 값의 무게가 같다. 지수평균은 최근 값에 더 큰 무게를 주고 오래된 값의 무게를 점점 줄인다.
그래서 같은 기간이라도 지수평균이 가격에 조금 더 빨리 반응한다. 대신 잔파동에도 그만큼 더 흔들린다.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구분은 다음 편들에서 다시 나온다. MACD는 지수평균으로 만들고, RSI도 상승·하락폭의 평균을 낼 때 최근 값에 더 무게를 주는 방식을 쓴다.
마치며
이동평균선은 뒤에 나올 지표들의 재료이기도 하다. 4부의 MACD는 평균 두 개의 거리이고, 5부의 볼린저 밴드는 평균에 폭을 붙인 것이다. 7부의 일목균형표도 만드는 방식이 닮았다.
앞인가 뒤인가를 물었는데, 이 선은 한 번도 앞을 가리킨 적이 없었다. 늘 「지나온 자리」다.
그래서 이 글에서 본 성질은 뒤에서 계속 되풀이된다. 지나간 값으로 만들어 늦다는 것, 기간이 성격을 정한다는 것, 방향 없는 구간에서 약해진다는 것. 지표 이름이 달라져도 이 세 가지는 그대로 따라온다.
이동평균선은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지나온 자리를 부드럽게 다시 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