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SI는 무엇을 재는가
RSI만큼 이름은 널리 알려졌는데 뜻은 어렴풋한 지표도 드물다.
“RSI 30 이하면 과매도”라는 문장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과매도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왜 하필 30인지는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앞선 글에서 본 이동평균선이 가격을 부드럽게 만드는 지표였다면, RSI는 성격이 다르다. 가격 자체가 아니라 가격의 “변화”를 재료로 쓰는 지표다.
그래서 값이 낮다는 말의 뜻이 갈린다. “싸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뜻인가.
5줄 요약
RSI는 최근 구간에서 오른 폭과 내린 폭을 견주어 0에서 100 사이의 값으로 바꾼 것이다.
값이 높다는 건 최근의 움직임 중 오른 쪽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뜻일 뿐이다.
30과 70이라는 기준선은 계산에서 나온 값이 아니라, 이 지표를 만든 사람이 제시한 눈금이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다.
한쪽으로 강하게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값이 끝에 붙은 채로 오래 머문다. 이때가 가장 자주 오해가 생기는 지점이다.
기간을 짧게 잡으면 끝값이 자주 나오고, 길게 잡으면 드물게 나온다. 기준선보다 기간이 먼저다.

무엇을 재는 지표인가
RSI는 “상대강도지수”라고 옮긴다. 여기서 상대라는 말은 다른 종목과의 비교가 아니라, 오른 폭과 내린 폭 사이의 비교를 뜻한다.
계산은 이런 순서로 한다.
- 봉마다 직전 종가와 비교해 오른 폭과 내린 폭을 따로 적는다. 올랐으면 오른 폭에, 내렸으면 내린 폭에 기록한다
- 정해진 기간만큼 오른 폭의 평균과 내린 폭의 평균을 각각 구한다
- 두 평균의 비율을 구한 뒤, 그 값을 0에서 100 사이로 눌러 담는다
이 값이 뜻하는 건 하나다.
최근 구간의 움직임 전체 중에서 “오른 쪽”이 차지한 비중.
숫자를 넣어 보면 분명해진다. 평균 상승폭이 2, 평균 하락폭이 1이면 RSI는 66.7이다. 3 대 1이면 75, 1 대 1이면 정확히 50, 1 대 2면 33.3이 된다.
0과 100 사이에 갇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중이기 때문에 100을 넘을 수 없다. 그리고 가운데인 50은 오른 폭과 내린 폭이 같았다는 뜻이므로, 30이나 70보다 훨씬 자주 지나가는 자리다. 상태를 크게 둘로 나눠 볼 때는 이쪽이 오히려 쓸모 있다.
“과매수·과매도”라는 번역의 함정
RSI가 70을 넘으면 과매수, 30을 밑돌면 과매도라고 부른다. 여기서 오해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과”라는 글자 때문에 “지나쳤으니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읽히기 쉽다. 하지만 계산에는 되돌아온다는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RSI가 70을 넘었다는 건 최근 구간에서 오른 폭이 내린 폭보다 훨씬 컸다는 뜻이다. 곧 되돌아온다는 예고가 아니라, 그동안 한쪽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뿐이다.
더 정확한 표현을 고르자면 이 정도가 맞다.
- 70 위 → 최근 구간이 오름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 30 아래 → 최근 구간이 내림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치우침이 풀리는 길은 두 가지다.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거나, 이후 오른 폭과 내린 폭이 비슷하게 쌓이거나 둘 중 하나다. 뒤쪽 경우에도 두 평균의 비율이 1 쪽으로 옮겨 가면서 RSI가 가운데로 내려온다. 지표가 가운데로 돌아왔다고 해서 가격이 되돌아온 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조건을 분명히 해 둬야 한다. 등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르는 폭이 매번 내리는 폭의 두 배라면, 아무리 오르내림이 반복돼도 비율은 2에 머물고 RSI도 60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가운데로 오게 하는 건 움직임의 횟수가 아니라 양쪽 폭의 크기다.
계산에서 따라오는 성질 하나도 짚어 둘 만하다. 가격이 정확히 한 자리에 멈춰 있으면 오른 폭도 내린 폭도 0이라, 두 평균이 같은 비율로 줄어들 뿐 비율은 그대로다. 이 경우 RSI는 가운데로 오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문다. 와일더가 제시한 방식도, 이 글 뒤쪽에서 볼 계산 방식도 그렇다. 값을 움직이는 건 시간이 아니라 새로 쌓이는 변화다.

30과 70은 어디서 왔는가
이 숫자는 계산에서 저절로 나오는 경계가 아니다. 1978년에 이 지표를 책으로 소개한 웰스 와일더가 예로 든 눈금이고, 이후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다.
실제로 종목과 시장에 따라 값의 분포는 꽤 다르다. 어떤 종목에서는 30 아래가 몇 달에 한 번 나오고, 어떤 종목에서는 한 달에 몇 번씩 나온다.
그래서 기준선을 바꾸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바꿀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 기준을 느슨하게(예: 40/60) 잡으면 그 상태가 자주 나온다. 신호가 늘고, 그중 이어지지 않는 것도 함께 늘어난다
- 기준을 엄격하게(예: 20/80) 잡으면 드물게 나온다. 그만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사이트의 “나만의 거래 전략 만들기” 화면도 RSI의 기본값을 기간 14, 기준 30과 70으로 두고 있다. 관습값을 출발점으로 삼되 바꿀 수 있게 열어 둔 형태다.

가장 자주 오해가 생기는 구간
RSI가 가장 약해지는 구간은 한 방향으로 강하게 이어지는 구간이다.
가격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는 내린 폭이 거의 쌓이지 않는다. 견줄 상대가 작아지니 오른 쪽의 비중은 자연히 커지고, 값은 높은 자리에 머문다. 70을 넘긴 뒤에도 80, 90에서 몇 주를 보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때 “과매수니까 곧 내려온다”고 읽으면 계속 틀린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다. 내리는 구간에서 RSI는 낮은 자리에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다.
RSI는 「치우침」을 측정한다. “싸다”와는 자리가 다르다.
- “싸다” — 가격을 가치와 견준 말이다. RSI 계산에는 가치가 들어가지 않는다
- 치우쳤다 — 최근 구간에서 오른 쪽과 내린 쪽의 몫을 견준 말이다. RSI가 답하는 건 이쪽뿐이다
둘을 섞으면 「치우쳤다」를 “싸다”로 읽게 되고, 그다음은 “그러니 곧 오른다”로 이어진다. 계산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RSI가 끝값에 붙어 있다는 건 되돌림이 임박했다는 뜻이 아니라, 한쪽 방향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성질 때문에 RSI는 방향이 뚜렷하지 않고 일정한 폭에서 오르내리는 구간에서 그런대로 잘 맞고, 방향이 강한 구간에서 자주 어긋난다. 앞선 글에서 본 이동평균선과 정확히 반대다.
기준선보다 기간이 먼저다
“30이 잘 안 맞는다”며 기준선을 25나 35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성격을 실제로 정하고 있는 건 대개 기간 쪽이다.
기간을 바꾸면 기준선의 의미가 함께 바뀐다. 기간 5짜리 RSI에서의 30과 기간 30짜리 RSI에서의 30은 전혀 다른 사건이다. 앞의 건 몇 주에 한 번씩 나오고, 뒤의 건 몇 달에 한 번 나온다.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두는 편이 낫다. 먼저 얼마나 긴 구간을 볼지 정하고, 그다음에 그 설정에서 30 아래가 실제로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확인한다. 기준선은 그 뒤에 손대도 늦지 않다. 기간이 성격을 정하는 문제는 8부에서 따로 다룬다.
“다이버전스”라는 말
RSI를 이야기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가격은 새로 높아졌는데 RSI는 그만큼 높아지지 않은 상태, 혹은 그 반대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상태가 왜 생기는지는 계산을 알면 쉽게 풀린다. RSI는 가격의 “수준”이 아니라 변화의 크기를 재기 때문이다.
가격이 지난번보다 조금 더 높은 자리에 도달했더라도, 거기까지 가는 동안의 오름폭이 지난번보다 완만했다면 RSI는 더 낮게 나온다. 두 값이 다른 걸 측정하고 있으니 어긋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이 상태에 “곧 방향이 바뀐다”는 뜻을 붙이는 해석 쪽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 기준이 모호하다 — 어느 봉과 어느 봉을 견줄 것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 고르는 사람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 지나고 나서만 분명하다 — 그 자리가 “고점”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안다. 진행 중에는 계속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런 성질의 신호는 지나간 차트를 설명할 때는 아주 잘 맞고, 미리 규칙으로 적어 두기는 어렵다. 7부에서 다룰 일목균형표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온다.
지나간 차트에서 찾아내기 쉬운 신호일수록, 미리 조건으로 적어 두기는 어렵다.
평균을 내는 방식도 한 가지가 아니다
같은 RSI라도 오른 폭·내린 폭의 평균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값이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최근 값에 더 큰 무게를 주고 오래된 값의 영향을 서서히 줄이는 방식이다. 앞선 글에서 지수평균을 이야기할 때 나온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 사이트의 계산도 이 방식을 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도구에서 같은 종목·같은 기간의 RSI를 보아도 소수점 아래 값이 어긋나는 일이 있다.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평균 방식이 다른 것이다.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없는 것도 아니다. 기준선 바로 근처에서는 “넘었다”와 “안 넘었다”가 갈리고, 그만큼 신호의 개수도 달라질 수 있다.
마치며
RSI를 두고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지금 사도 되느냐”다. 이 지표는 그 질문에 답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답할 수 있는 건 “최근 구간이 어느 쪽으로 얼마나 치우쳐 있었는가” 하나뿐이다.
낮다는 건 “싸다”는 뜻이 아니었다. 「치우침」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뜻이다.
그 사실을 어떻게 쓸지는 지표 바깥의 결정이다. 치우친 상태를 되돌림의 근거로 볼 수도 있고, 방향이 이어지고 있다는 근거로 볼 수도 있다. 같은 값을 놓고 정반대의 결론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 지표를 쓸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부분이다.
RSI는 “지금 비싸다”가 아니라 “최근에 한쪽으로 치우쳤다”를 말하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