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볼린저 밴드와 변동성

이동평균선은 “최근 평균이 어디쯤인가”를 알려 준다. 그런데 실제로 궁금한 건 하나 더 있다.

지금 가격이 그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그리고 그 정도가 이 종목 치고 큰 편인가.

 

볼린저 밴드는 이 물음에 답하려고 만들어진 지표다. 평균선을 가운데 두고, 최근의 출렁임 크기에 맞춰 위아래로 띠를 그린다.

그래서 이 띠는 고정된 폭이 아니다. 출렁임이 커지면 넓어지고, 잠잠해지면 좁아진다.

 

여기서 한 가지를 먼저 정해 두어야 한다. 이 띠는 가격이 넘지 못할 선인가, 아니면 가격이 만들어 낸 자국인가.

 

5줄 요약

볼린저 밴드는 이동평균선을 가운데 두고, 최근 구간의 표준편차만큼 위아래로 띠를 그린 것이다.

띠의 폭은 그 자체가 “최근 얼마나 출렁였는가”를 나타낸다. 폭이 좁다는 건 조용했다는 뜻이다.

가격이 띠에 닿았다는 건 “최근 기준으로 평균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사실일 뿐, 되돌아온다는 뜻이 아니다.

방향이 강한 구간에서는 가격이 한쪽 띠에 붙어 오래 따라 걷는다.

띠는 가격으로 만든 것이라서, 가격이 크게 움직이면 띠도 함께 움직인다. 고정된 벽이 아니다.


 

폭이 좁아졌다 넓어지는 협곡 사이의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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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선

볼린저 밴드는 선 세 개로 이루어진다.

 

 

널리 쓰이는 설정은 기간 20에 배수 2다. 이 사이트의 계산은 기간 15에 배수 2를 기본값으로 둔다. 기간이 조금 짧은 만큼 띠가 조금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

 


화살 자국이 흩어져 남은 과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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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편차가 하는 일

새로 나오는 재료가 하나 있다. 표준편차다. 이름은 낯설지만 뜻은 단순하다.

 

최근 N개의 종가가 그 평균에서 대체로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가.

 

정확히는 평균에서 떨어진 정도를 제곱해 평균 낸 뒤 다시 제곱근을 씌운 값이다. 제곱을 하는 이유는 위로 벗어난 것과 아래로 벗어난 게 서로 지워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최근 15봉이 모두 비슷한 가격에 몰려 있었다면 이 값은 작다. 어떤 날은 크게 오르고 어떤 날은 크게 내렸다면 값이 크다.

그래서 표준편차는 “최근의 출렁임 크기”를 하나의 숫자로 바꾼 값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이 띠는 「가격이 만들어 낸 그림자」다. 그림자는 물체보다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띠도 그렇다 — 가격이 먼저 흔들려야 폭이 벌어진다.

 

이 값을 평균선 위아래로 그만큼씩 떼어 놓은 게 띠다. 결과적으로 띠의 폭은 이렇게 읽힌다.

 

숫자를 하나 넣어 보면 이렇다. 최근 15봉이 10,000원 근처에서 오르내려 평균이 10,000원, 표준편차가 108원이라면 상단은 10,216원, 하단은 9,784원이 된다. 띠의 폭은 432원, 중심선의 4.3%다.

폭을 이렇게 비율로 바꿔 두면 쓸모가 하나 늘어난다. 가격 수준이 다른 종목끼리도, 또 같은 종목의 다른 시기끼리도 “지금이 조용한 편인가”를 견줄 수 있다. 원 단위 폭을 그대로 비교하면 10만 원짜리와 2천 원짜리가 아예 비교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폭 자체가 정보라는 점이다. 가격이 띠 어디에 있는지를 보기 전에, 띠가 지금 넓은지 좁은지를 먼저 보는 편이 순서에 맞다.

 


“95%” 라는 설명의 문제

볼린저 밴드를 설명할 때 “가격의 95%가 이 띠 안에 들어온다”는 말이 자주 따라붙는다. 이 말은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숫자는 값들이 종 모양으로 퍼져 있다고 치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주가의 움직임은 그 가정을 잘 따르지 않는다. 드물어야 할 큰 움직임이 실제로는 훨씬 자주 나타난다.

 

게다가 이때 쓰는 표준편차는 “최근 15봉”이라는 아주 짧은 구간에서 구한 값이다. 믿을 만한 분포를 말하기에는 자료가 너무 적다.

정리하면 띠 밖으로 나가는 일은 드문 사건이 아니라,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띠에 닿았다는 것의 뜻

가격이 상단에 닿으면 팔고 하단에 닿으면 산다는 식의 설명이 흔하다. 3부에서 RSI를 다루며 짚었던 문제가 여기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가격이 하단에 닿았다는 사실이 말하는 건 이것뿐이다.

 

지금 가격이 최근 15봉 평균에서 “최근 출렁임 크기의 두 배”만큼 아래로 떨어져 있다.

 

여기에 되돌아온다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실제로 되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가격이 강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 평균도 따라 내려가고, 출렁임이 커지니 띠도 넓어진다. 그래서 가격은 하단 띠에 붙은 채로 함께 내려간다. 이걸 흔히 “밴드를 따라 걷는다”고 표현한다.

이런 구간에서 띠에 닿을 때마다 반대쪽을 기대하면 계속 어긋난다.

 


“이탈”보다 “복귀”를 보는 이유

이 문제 때문에 띠를 신호로 쓸 때는 닿는 순간이 아니라 돌아오는 순간을 보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이 사이트의 계산도 그렇게 되어 있다. 볼린저 밴드가 신호로 잡히는 조건은 이런 모양이다.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성격이 꽤 다르다. 닿는 순간을 보면 따라 걷는 구간에서 계속 신호가 나온다. 돌아오는 순간을 보면 그 구간에서는 신호가 거의 나오지 않고, 실제로 방향이 한 번 꺾인 뒤에야 나온다.

대신 늦다. 여기서도 같은 맞바꿈이 반복된다.

 


설정을 바꾼다는 것

볼린저 밴드의 기본값은 도구마다 다르다. 기간이 20으로 되어 있기도 하고 15로 되어 있기도 하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1980년대에 이 지표를 만든 존 볼린저가 제시한 값이 기간 20에 배수 2였고, 이후 도구마다 조금씩 다르게 잡아 두었다.

 

조절할 수 있는 값은 둘인데, 성격이 서로 다르다.

 

배수는 폭만 건드린다. 1.5로 줄이면 띠가 좁아져 가격이 자주 밖으로 나가고, 2.5로 늘리면 벗어나는 일이 드물어진다. 방향이 분명하다.

 

기간은 두 가지를 동시에 바꾼다. 중심선이 가격을 따라가는 속도가 바뀌고, 표준편차를 측정하는 구간도 함께 바뀐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기간을 줄이면 중심선이 가격에 바짝 붙어 이탈이 줄어드는 쪽으로 가지만, 표준편차가 작아져 띠가 좁아지면 이탈이 늘어나는 쪽으로도 간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자료를 봐야 안다.

 

그래서 “신호가 너무 잦다”고 느낄 때 기간부터 손대면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 쉽다. 폭만 건드리고 싶다면 배수를 조정하는 쪽이 맞다.

 

참고로 볼린저 자신은 기간을 바꿀 때 배수도 함께 조정하라고 권한다. 그가 제시한 값은 기간 10에 배수 1.9, 기간 20에 2.0, 기간 50에 2.1이다. 정확한 공식이라기보다 둘을 한 묶음으로 다루라는 경험에서 나온 권고에 가깝다.

 

띠는 가격 위에 그은 고정된 벽이 아니라, 가격이 만들어 낸 그림자에 가깝다.

 


“중심선으로 돌아온다”는 말

볼린저 밴드를 설명할 때 “가격은 결국 평균으로 돌아온다”는 표현이 자주 붙는다. 이 문장은 절반만 맞다.

 

맞는 부분은 이렇다. 실제 자료에서는 가격과 중심선의 간격이 대체로 다시 좁혀진다. 띠 밖으로 나간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반드시”는 아니다. 계산 어디에도 간격이 줄어든다는 말은 없다. 봉이 충분히 쌓인 뒤에 가격이 일정한 기울기로 계속 오르면, 평균도 같은 기울기로 따라오면서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봉마다의 상승폭이 계속 커지면 간격은 오히려 벌어진다.

 

헷갈리기 쉬운 부분은 “어떻게” 줄어드는가이다. 간격이 좁혀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두 번째가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격이 새 수준에 머무르기만 해도, 평균은 몇 봉이 지나면서 그 수준으로 따라온다. 결과적으로 “평균으로 돌아왔다”는 그림이 만들어지지만, 가격은 되돌아온 적이 없다.

 

평균으로 돌아온다는 말에는 “가격이 내려온다”와 “평균이 올라온다”가 섞여 있다. 둘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고요한 들판 위로 몰려드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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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좁아진 뒤에는

띠가 눈에 띄게 좁아지는 구간이 있다. 조용한 흐름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그런 구간이 오래 이어진 뒤에 큰 움직임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걸 두고 “폭이 좁아지면 곧 크게 움직인다”는 설명이 붙기도 한다.

다만 여기에는 짚어 둘 점이 있다. 폭이 좁다는 건 지나간 구간이 조용했다는 사실만 말한다. 다음에 큰 움직임이 온다는 말은 계산 어디에도 없고, 조용한 구간이 몇 배 더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더더욱 말해 주지 않는다. 폭이 좁아진 뒤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이 지표의 관심사가 아니다.

 


마치며

띠는 가격이 넘지 못할 선이 아니다. 「가격이 만들어 낸 그림자」다.

 

볼린저 밴드가 다른 지표와 다른 점은 기준선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RSI의 30이나 스토캐스틱의 20은 늘 같은 자리지만, 이 띠는 최근 출렁임에 따라 매 봉 다시 그려진다.

그래서 “띠에 닿았다”는 일은 시기마다 무게가 다르다. 조용한 구간에서 닿는 것과 크게 흔들리는 구간에서 닿는 건 같은 말이 아니다. 폭을 먼저 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