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표를 겹쳐 쓸 때 생기는 일
지표를 하나만 쓰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대개 두세 개를 함께 본다.
“이동평균선도 위를 향하고, RSI도 낮고, MACD도 돌아섰다”는 식이다. 근거가 셋이니 하나일 때보다 든든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확인해 봐야 할 게 있다. 정말로 서로 다른 근거 셋인가, 아니면 같은 사실을 세 가지 방식으로 말한 것인가.
1부에서 지표의 재료를 「한 재료」라고 했다. 이 물음은 결국 그 한마디로 되돌아간다.
5줄 요약
지표는 전부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므로, 서로 다른 지표라도 비슷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계열의 지표를 겹쳐 놓으면 근거가 늘어나는 대신 같은 근거에 점수만 여러 번 붙기 쉽다.
여러 조건을 모두 요구하면 신호가 드물어지고, 하나라도 맞으면 되게 하면 신호가 잦아진다.
가중치를 매겨 합산하는 방식은 이 둘 사이를 조절하는 장치다.
지표를 늘린다고 판단이 정확해지지는 않는다. 무엇을 중복으로 세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지표들은 생각보다 닮았다
1부에서 지표의 재료는 시가·고가·저가·종가와 거래량뿐이라고 했고, 그걸 「한 재료」라고 불렀다. 여섯 개의 지표를 살펴본 지금, 이 말의 무게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2부의 「지나온 자리」, 5부의 「가격이 만들어 낸 그림자」, 6부의 「흔들리는 자」 — 이름은 다 달랐지만 셋 다 같은 다섯 개의 값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본 지표를 주된 계산 재료를 기준으로 느슨하게 묶으면 이렇게 된다. 딱 떨어지는 분류라기보다 “무엇을 견주는가”를 나눠 본 것이다.
- 평균의 위아래를 보는 쪽 — 이동평균선, MACD
- 구간의 최고·최저로 기준을 세우는 쪽 — 일목균형표, 스토캐스틱
- 변화의 치우침을 눈금에 담는 쪽 — RSI
- 평균에 폭을 더한 쪽 — 볼린저 밴드
같은 묶음 안의 지표들은 대체로 같은 시점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당연한 일이다. 재료도 같고 계산하는 방식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2부와 4부에서 본 이동평균선과 MACD가 좋은 예다. MACD는 애초에 이동평균 두 개로 만든 값이므로, 두 지표는 같은 재료를 다르게 가공한 것이다.
계산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이동평균선 쪽은 단순평균을 쓰고 MACD는 지수평균을 쓰며, 보는 사건도 “교차”와 “거리의 변화”로 다르다. 그래서 신호가 정확히 같은 봉에 찍히지는 않는다.
다만 같은 국면에서 함께 걸리는 일이 잦다. 흐름이 한쪽으로 기울면 두 지표가 며칠 사이를 두고 나란히 반응한다. 근거가 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변화에 두 번 점수를 준 셈이 되기 쉽다.
지표를 더한다고 정보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재료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중복은 왜 위험한가
같은 말을 여러 번 듣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짚어 보자.
서로 따로 나온 근거 셋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중 하나가 틀려도 나머지가 남는다. 그런데 사실상 같은 근거 하나가 셋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면, 그 하나가 틀리는 순간 셋이 동시에 틀린다.
더 곤란한 건 이때 사람이 느끼는 확신은 오히려 커진다는 점이다. 여러 지표가 동시에 같은 말을 하니 “확실하다”고 읽게 된다.
7부에서 일목균형표의 선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짚었던 문제와 뿌리가 같다. 조건이 늘어나면 설명은 쉬워지고, 검증은 어려워진다.
“모두 맞아야” 와 “하나만 맞으면”
여러 지표를 묶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모두 맞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방식. 조건이 늘어날수록 신호가 드물어진다. 조건을 다섯 개쯤 걸어 두면 몇 달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신호가 드물다는 게 곧 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몇 번 나오지 않는 신호는 그 자체로 따져 볼 사례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는다. 열 번 중 일곱 번 맞았다는 말과 세 번 중 두 번 맞았다는 말은 무게가 다르다.
하나만 맞아도 된다고 하는 방식. 신호가 자주 나온다. 8부에서 본 대로 판단할 일과 비용이 함께 늘어난다.
두 방식 사이 어딘가를 고르고 싶을 때 쓰는 게 가중치 합산이다.

가중치를 매겨 더한다는 것
발상은 단순하다. 지표마다 점수를 정해 두고, 조건에 맞는 지표의 점수를 더한다. 그 합이 미리 정해 둔 선을 넘으면 신호로 본다. 이 선을 합격선이라고 부르자.
이 사이트의 거래 전략 계산이 이 방식을 쓴다. 봉 하나마다 이런 순서로 처리된다.
- 켜 둔 지표를 하나씩 확인해서, 매수 쪽 조건에 맞으면 그 지표의 매수 점수를 더한다
- 매도 쪽 조건에 맞으면 매도 점수를 더한다
- 두 점수를 각각 합격선과 비교한다
- 합격선을 넘고 반대쪽 점수에 밀리지 않으면 그 봉에 신호가 찍힌다
“모두 맞아야”와 “하나만 맞으면”은 이 구조의 양 끝이다. 합격선을 아주 높게 두면 사실상 전부 맞아야 하고, 낮게 두면 하나만 맞아도 통과한다. 합격선이 그 사이를 단계 없이 조절한다.
점수는 왜 지표마다 다른가
이 사이트의 기본 점수는 지표마다 다르게 잡혀 있다. MACD가 가장 높고, 이동평균선이 그다음이며, 볼린저·스토캐스틱·일목균형표가 가장 낮다.
여기에 절대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점수를 다르게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표마다 조건에 걸리는 횟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지표는 특정 사건이 일어나는 봉에서만 조건에 걸린다. 교차처럼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 그렇다. 반면 어떤 지표는 상태를 보기 때문에 여러 봉에 걸쳐 계속 조건에 걸린다.
이 사이트의 계산에서 이동평균선이 그런 경우다. 교차가 없는 봉에서는 종가가 평균선 위인지 아래인지를 보므로, 사실상 거의 모든 봉에서 어느 한쪽 점수가 붙는다.
이 차이를 모르고 점수를 같게 두면, 자주 걸리는 지표가 조용히 결과를 끌고 간다. 점수를 조절한다는 건 지표의 “중요도”를 정하는 일이라기보다 자주 걸리는 쪽의 몫을 덜어 내는 일에 가깝다.
서로 반대를 가리킬 때
지표를 여러 개 켜 두면 매수 쪽과 매도 쪽이 동시에 점수를 받는 봉이 나온다.
드문 일이 아니다. 8부에서 본 대로 지표마다 보는 시간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짧은 구간을 보는 지표가 “치우쳤다”고 말할 때 긴 구간을 보는 지표는 “방향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계산은 매수 쪽을 먼저 본다. 매수 점수가 합격선을 넘고 매도 점수보다 크거나 같을 때만 매수 신호가 된다. 매도 점수가 더 크면 매수는 성립하지 않고, 그때는 매도 쪽 합격선을 따로 확인한다.
결과적으로 한 봉에 매수와 매도가 함께 찍히는 일은 없다. 둘 다 문턱을 넘지 못해 아무 신호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점수가 0이면 어떤 경우에도 신호가 아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중요한 규칙이다. 합격선을 0으로 두면 아무 지표도 걸리지 않은 봉까지 통과해 버려서, 근거 없는 신호가 모든 봉에 찍히게 된다.
신호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합격선을 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점수가 쌓이는 모습
말로만 하면 감이 잘 오지 않으니, 숫자를 넣어 따라가 본다. 지표 네 개를 켜 두고 합격선을 200으로 잡았다고 하자. 점수는 이 사이트의 기본값을 그대로 쓴다.
- 이동평균선 125점
- MACD 150점
- RSI 100점
- 스토캐스틱 75점
첫 번째 봉. 종가가 평균선 위에 있고, 마침 MACD가 시그널선을 위로 지났다. RSI와 스토캐스틱은 가운데 근처라 아무 조건에도 걸리지 않았다.
매수 점수는 125 + 150 = 275다. 합격선 200을 넘었고 매도 점수는 0이므로 이 봉에 매수 신호가 찍힌다.
두 번째 봉. 가격이 밀려서 RSI가 30 아래로, 스토캐스틱도 20 아래로 내려왔다. 대신 종가는 평균선 아래로 내려갔다.
매수 점수는 100 + 75 = 175, 매도 점수는 125다. 매수 점수가 더 크지만 합격선 200에 미치지 못했다. 매도 점수도 합격선 아래다. 이 봉에는 아무 신호도 찍히지 않는다.
두 번째 봉이 이 구조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지표 두 개가 “치우쳤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둘의 점수를 합쳐도 문턱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이건 설정한 사람이 “치우침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미리 정해 둔 결과다.
합격선을 175로 낮추면 두 번째 봉에서도 신호가 나온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선택이 무엇을 바꾸는지는 이렇게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하나씩 꺼 보면 알 수 있는 것
조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있다. 지표를 하나씩 꺼 보는 것이다.
하나를 껐는데 결과가 거의 그대로라면, 그 지표는 두 가지 중 하나다.
- 조건에 거의 걸리지 않아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었거나
- 다른 지표와 늘 같은 봉에서 걸려서 중복으로 세어지고 있었거나
어느 쪽이든 켜 둘 이유가 약하다. 앞의 경우라면 없어도 그만이고, 뒤의 경우라면 그 지표는 “근거를 더한 것”이 아니라 “같은 근거의 점수를 올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나를 껐더니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면, 그 지표가 사실상 이 조합을 이끌고 있었다는 뜻이다. 나쁜 상태는 아니지만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지표가 약해지는 구간이 곧 이 조합이 약해지는 구간이 되기 때문이다.
확인해야 할 건 “어느 조합이 성적이 좋은가”가 아니라 “각 지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다. 앞의 질문은 8부에서 본 과거 맞추기로 이어지기 쉽지만, 뒤의 질문은 설명할 수 있는 답이 남는다.
지표를 몇 개 쓸지 정하기 전에, 확인할 건 이 넷이다.
- 켜 둔 지표가 같은 계열에 몰려 있지는 않은가
- 각 지표가 어떤 봉에서 조건에 걸리는지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 하나를 껐을 때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가
- 신호가 나온 봉에서 어느 지표가 점수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가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하다. 근거를 확인할 수 없으면 지표를 몇 개 쓰든 남는 게 없다. 왜 이 신호가 나왔는지 모르면, 틀렸을 때 무엇을 고쳐야 할지도 알 수 없다.
마치며
지표를 늘리는 일은 대개 불안해서 하는 선택이다. 하나로는 못 미더우니 하나를 더 켠다. 그런데 「한 재료」에서 나온 지표를 더 켜면 확신만 커지고 근거는 그대로다.
점수와 합격선은 그 불안을 덜어 주는 장치가 아니다.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기준이다. 조합을 늘리기 전에 지금 켜 둔 것들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