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표에서 규칙으로
여기까지 오면서 지표가 무엇을 계산하는지, 기간이 무엇을 바꾸는지, 여러 개를 겹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살펴봤다.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쓰는가.
지표를 아는 것과 지표로 무언가를 정하는 것 사이에는 한 단계가 더 있다. 조건을 글로 적어 두는 일, 그리고 그 조건을 지나간 자료에 비춰 보는 일이다.
그런데 규칙을 적어 둔다고 미래를 맞히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왜 만드는가.
5줄 요약
지표를 규칙으로 바꾼다는 건, 매번 새로 판단하는 대신 조건을 미리 정해 글로 적어 두는 것이다.
규칙으로 적어 두면 과거 자료에 그대로 대입해 볼 수 있고, 그 결과를 놓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따져 볼 수 있다.
과거에 비춰 본 결과는 예상 수익이 아니라, 그 규칙이 어떤 성격인지를 보여 주는 자료다.
수익률보다 먼저 볼 건 신호의 개수, 가장 크게 밀린 폭, 그리고 구간마다 결과가 얼마나 달랐는가다.
규칙의 값어치는 잘 맞히는 데 있지 않고, 흔들릴 때 붙잡을 게 남는 데 있다.

규칙으로 적는다는 것
“RSI가 낮을 때 산다”는 문장은 규칙처럼 보이지만 규칙이 아니다. 낮다는 게 얼마인지, 어떤 차트에서 보는지, 그때 얼마나 담는지가 빠져 있다.
규칙이 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정해져야 한다.
- 무엇을 보는가 — 대상과 차트 단위(일봉인가, 30분봉인가)
- 어떤 조건인가 — 지표와 설정값, 그리고 조건에 맞다고 판정하는 기준
- 얼마나 담는가 — 한 번에 넣는 비중과 전체에서 차지하는 한도
- 언제 정리하는가 — 조건이 풀렸을 때인가, 기간이 지났을 때인가
- 무엇을 하지 않는가 — 조건에 맞지 않는 구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이 중 지표가 답해 주는 건 두 번째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지표 바깥에 있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그쪽이 더 크다.
지표는 “언제”를 좁혀 줄 뿐, “얼마나”와 “언제까지”는 정해 주지 않는다.

과거에 비춰 본다는 것
조건이 글로 적혀 있으면 좋은 점이 하나 생긴다. 지나간 자료에 그대로 대입해 볼 수 있다.
봉을 하나씩 넘기면서 그날의 지표 값을 계산하고, 조건에 맞는 봉을 표시하고, 그때 정해 둔 대로 처리했다면 어떻게 됐을지를 따라가 보는 것이다.
이 사이트의 “나만의 거래 시뮬레이션”도 이 일을 한다. 거래 전략과 종목을 고르면 “이 전략으로 과거에 거래했다면 어땠을까”를 지나간 봉에 하나씩 대입해 그대로 다시 돌려 본다.
결과에는 매매 목록만 나오는 게 아니라, 어느 봉에 신호가 찍혔는지와 그 신호의 근거가 어떤 지표였는지, 그리고 체결에 든 비용이 함께 표시된다. 뒤에서 이야기할 “틀렸을 때 고칠 지점”이 남으려면 이 근거 표시가 있어야 한다.
하나 짚어 둘 게 있다. 이렇게 돌려 보려면 “어느 가격에 샀다고 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이 사이트는 신호가 난 봉의 종가가 아니라 다음 봉의 시가에 사고팔았다고 계산한다. 시가는 그 봉이 시작될 때의 가격이다. 신호를 확인한 뒤에야 주문할 수 있다는 현실에 맞춘 것이다. 그래서 구간의 마지막 봉에서 나온 신호는 다음 봉이 없어 거래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이 가정이 왜 중요한가. 종가로 확정되는 신호를 같은 봉의 종가에 샀다고 계산하면, 봉이 끝나야 알 수 있는 값을 보고 그 값에 거래한 셈이 된다.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체결이다.
그렇다고 결과가 항상 좋게 나오는 건 아니다. 다음 봉 시가가 더 낮았다면 종가 체결 쪽이 오히려 불리하게 계산된다. 다만 미래를 보고 고른 가격이라는 점에서 성과를 부풀릴 위험이 있고, 그래서 다른 도구의 검증 결과를 볼 때도 체결 가정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여기서 얻는 건 “이만큼 벌 수 있다”는 답이 아니다. 실제로 얻는 건 이런 것들이다.
- 이 조건은 얼마나 자주 걸리는가
- 신호가 몰리는 구간과 전혀 없는 구간은 어떤 시기였는가
- 가장 나빴던 구간에서 얼마나 밀렸는가
- 그 구간을 실제로 견딜 수 있었겠는가
마지막 항목이 핵심이다. 개론 시리즈에서 반복해 말한 것과 같은 이야기다. 성적이 아니라 계속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과거 검증이 실제보다 좋게 나오는 이유
지나간 자료에 대입한 결과는 실제보다 좋게 나오기 쉽다. 까닭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은 안다. 지금은 어느 구간이 오르막이었는지 이미 알고 있다. 그 지식이 조건을 고르는 과정에 조용히 섞여 들어간다. 8부에서 본 “과거에 맞추기”가 여기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둘. 비용이 빠져 있기 쉽다. 수수료와 세금, 그리고 원하던 가격에 체결되지 않는 차이는 계산에 따로 넣지 않으면 없는 게 된다. 신호가 잦은 규칙일수록 이 항목이 결과를 크게 바꾼다.
비용은 대개 설정으로 넣는 값이지 자동으로 붙는 값이 아니다. 이 사이트도 사고팔 때 드는 비용을 설정에 적힌 비율로 계산하고, 그 비율이 정해지지 않은 예전 설정에서는 0으로 둔다. 결과를 읽기 전에 비용을 몇 퍼센트로 놓고 돌린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셋. 지금 남아 있는 것만 본다. 검증에 쓰는 목록은 대개 오늘까지 남아 있는 것들이다. 그 사이에 사라진 것들은 자료에서 빠져 있다. 살아남은 것만 놓고 계산하면 결과가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넷. 한 구간만 봤다. 특정 몇 년만 잘라서 보면 그 시기의 성격이 결과에 그대로 남는다. 오르기만 한 구간에서는 웬만한 규칙이 다 괜찮아 보인다.
과거 검증은 “이 규칙이 어떤 성격인가”를 보는 도구이지, 앞으로의 성적을 미리 보는 창이 아니다.
결과를 볼 때의 순서
검증 결과를 열면 수익률에 먼저 눈이 간다. 순서를 바꿔 보는 편이 낫다.
첫째, 신호의 개수를 본다. 3년 동안 신호가 네 번이었다면 그 결과는 우연이었을 여지가 크다. 반대로 수백 번이었다면 비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가장 크게 밀린 폭을 본다. 결과가 좋아도 중간에 크게 밀린 구간이 있었다면, 실제로는 그 지점에서 그만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견딜 수 없는 규칙은 좋은 규칙이 아니다.
셋째, 구간을 나눠 본다. 전체를 반으로 잘라 앞과 뒤가 비슷한지 확인한다. 한쪽 구간에서만 결과가 나왔다면 그 시기의 성격을 본 것일 수 있다.
넷째, 설정을 조금 바꿔 본다. 기간을 한두 칸 옮겼을 때 결과가 무너진다면, 그 설정은 안정적이지 않다. 8부에서 정리한 기준이 여기서 다시 쓰인다.
마지막으로 수익률을 본다. 앞의 넷을 통과한 뒤에 보는 수익률과, 그냥 처음부터 본 수익률은 전혀 다른 뜻을 지닌다.
지키는 일과 고치는 일
규칙을 만들어 본 사람은 대개 같은 지점에서 무너진다. 만들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지키기가 어렵다.
무너지는 방식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
조건에 맞는데 하지 않는다. 마침 시장 분위기가 나빠 보인다는 이유로 한 번 건너뛴다. 그다음부터 규칙은 “참고 사항”이 된다.
조건에 맞지 않는데 한다.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혹은 놓칠 것 같아서 한 번 앞당긴다. 이 한 번이 규칙을 만든 이유 전체를 지운다.
밀리는 구간에서 조건을 바꾼다. 가장 흔하고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결과가 나쁠 때 조건을 손대면, 그 규칙은 지나간 손실에 맞춰 다시 그려진 게 된다.
세 가지 모두 의지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리 정해 두지 않은 게 있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얼마나 밀릴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래 아무 일도 없을 수 있는지를 시작 전에 확인하지 않았다면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
물론 규칙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비용을 넣으면 남는 게 없거나, 과거에만 맞도록 짜였거나, 전제한 조건이 이미 달라졌을 수 있다. 그래서 규칙이 흔들릴 때는 두 가지를 따로 점검해야 한다. 규칙이 잘못됐는가, 아니면 지킬 수 없는 크기였는가.
둘을 섞으면 고칠 곳을 못 찾는다. 잘못된 규칙을 참고 견디거나, 멀쩡한 규칙을 손실 뒤에 뜯어고치게 된다.
그렇다고 규칙을 영원히 고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고치는 이유는 구분할 수 있다.
고치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가 있다.
- 최근 몇 번의 결과가 나빴다 — 정해 둔 범위 안이라면 그 자체는 새 정보가 아니다
- 다른 방식이 요즘 더 잘된다고 들었다 — 시기마다 앞서는 방식은 계속 바뀐다
- 지금 조건에서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 — 그 구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규칙의 일부다
고쳐야 하는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 규칙이 전제한 조건 자체가 달라졌다 — 보던 차트 단위를 바꿔야 할 사정이 생겼다든지
- 실제로 지킬 수 없는 규칙이었다 — 확인 횟수나 필요한 시간이 감당 범위를 넘었다
- 계산에 잘못이 있었다 — 조건이 의도와 다르게 적혀 있었다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결과 때문에 고치는가, 아니면 결과 말고 다른 이유로 고치는가. 앞쪽이라면 대개 손대지 않는 편이 낫다.
그리고 고칠 때는 무엇을 왜 바꿨는지 적어 둔다. 기록이 없으면 몇 달 뒤에는 지금의 규칙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영영 확인할 수 없다.

규칙이 실제로 하는 일
규칙을 만들어도 미래를 맞힐 수는 없다.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결정을 하게 된다. 어제와 오늘의 기준이 달라지지 않고, 그날의 기분이 끼어들 자리가 줄어든다.
넷을 한 단어로 줄이면 「붙잡을 것」이다.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흔들릴 때 손에 남아 있는 것이다.
틀렸을 때 고칠 지점이 남는다. 조건이 적혀 있으면 무엇이 어긋났는지 짚을 수 있다. 매번 새로 판단한 결과는 나중에 돌아봐도 배울 게 별로 없다.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 규칙이 얼마나 자주 움직이고 얼마나 밀렸는지를 시작하기 전에 알 수 있다. 겪고 나서 아는 것과 미리 아는 것의 차이는 크다.
하지 않을 구간이 분명해진다. 조건에 맞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규칙의 일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계획대로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규칙의 값어치는 잘 맞히는 데 있지 않고, 흔들릴 때 붙잡을 게 남는 데 있다.
마치며
1부에서 지표는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가격을 다시 계산한 값이라고 했다. 열 편을 지나온 지금, 그 문장이 조금 다르게 읽힐 것이다.
이동평균선은 최근 평균을, RSI는 오름과 내림의 비중을, MACD는 두 평균의 거리를, 볼린저 밴드는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를, 스토캐스틱은 범위 안의 위치를, 일목균형표는 시간을 옮겨 놓은 기준을 각각 계산한다.
전부 지나간 가격을 다르게 요약한 것이고, 어느 것도 앞을 보지 않는다. 붙여 둔 이름을 세워 보면 더 분명해진다. 「한 재료」에서 나온 「지나온 자리」, 「가격이 만들어 낸 그림자」, 「흔들리는 자」, 「고를 수 있는 기준」.
그래서 이 시리즈가 하려던 이야기는 어떤 지표가 잘 맞는가가 아니었다. 지표가 무엇을 계산하는지 알면, 그게 무엇을 말할 수 없는지도 함께 알게 된다는 것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남겨 둘 질문은 세 가지다.
-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지표는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가 —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 그 지표가 약해지는 구간은 어디인가 — 지금이 그 구간은 아닌가?
- 내가 켜 둔 지표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가?
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지표는 도구가 된다. 답하지 못한 채로 쓰면, 화면에 선이 늘어난 것 외에는 달라지는 게 없다.
맞히지 못하는 규칙을 왜 만드는가. 규칙이 주는 건 적중이 아니라 「붙잡을 것」이다. 그게 남아 있으면 틀린 날에도 다음에 무엇을 볼지가 남는다.
지표를 안다는 건 신호를 믿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 신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1부의 마지막에 적었던 문장을 그대로 다시 놓아 둔다. 시리즈를 시작할 때와 끝낼 때, 이 문장이 같은 무게로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