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분산투자란 무엇인가

앞선 글에서 주식 투자에는 여러 방법이 있고, 그 방법을 고르는 일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바뀐다. 그래서 무엇을, 얼마나 사야 하는가.

 

좋은 기업을 골랐다고 해서, 그 한 종목에 돈을 모두 넣는 게 좋은 투자인 건 아니다. 기업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고, 시장은 한 기업의 사정과 무관하게 크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투자는 종목을 고르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종목들을 어떻게 나누어 담을 것인가가 이어진다.

흔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고 한다. 핵심은 속담이 아니라, 나누는 목적과 나눈 조각의 비율을 아는 일이다.

 

5줄 요약

한 종목에 돈을 모두 넣으면, 그 기업만의 문제가 내 전체 결과를 흔들 수 있다.

여러 기업에 나누면 한 기업의 실패가 전체를 무너뜨리기 어려워진다. 다만 시장 전체가 출렁일 때까지 막아 주지는 못한다.

기업뿐 아니라 주식·채권·현금처럼 성격이 다른 자산, 지역, 산업으로도 나눌 수 있다.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만 모아 두면 나눈 효과가 작다.

포트폴리오는 무엇을 사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담을지를 정하는 구성이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으면 전체 위험을 다루기가 쉬워진다.

비율은 내 투자 기간과 성향에서 출발한다. 분산의 목적은 한 번의 실패가 전부를 결정하지 않게 하는 일이다.


 

바구니에 담긴 달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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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종목에 몰아넣으면 위험한가

한 기업이 좋아 보일 때, 그 확신을 크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잘되면 수익도 커진다.

문제는 그 반대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쟁이 갑자기 강해지거나,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그 기업의 주가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내 돈의 대부분이 그곳에 있다면, 그 출렁임이 곧 내 전체의 출렁임이 된다.

 

한 종목에 몰아넣으면 그 기업의 미래가 내 자산의 미래와 거의 같아진다. 분산은 확신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한 번의 판단 실수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방법이다. 집중이 늘 나쁜 건 아니지만, 잘될 때와 잘못될 때의 폭을 함께 키운다.

 

주식의 위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그 기업만의 위험이다. 신제품이 실패하거나, 특정 산업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기업은 아무 일 없어도, 그 회사의 주가만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시장 전체의 위험이다.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꺾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오면 좋은 기업과 약한 기업이 함께 내려가기도 한다. 이 위험은 한 회사를 잘 고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 기업에 나누면, 한 기업의 문제는 다른 기업이 덜어 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아무리 여러 종목을 들고 있어도 함께 출렁일 수 있다.

분산은 모든 위험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한 기업에 묶인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여러 기업에 투자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여러 기업에 나누면, 한 기업의 실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다. 한 종목이 크게 내려가도 나머지가 버텨 주면, 자산 전체가 같은 폭으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한 종목이 크게 올라도, 그 성과가 전체에 미치는 힘 역시 작아진다.

그래서 분산을 “더 많이 벌기 위한 기술”로만 보면 오해가 생긴다. 어떤 해에는 한 종목에 집중한 쪽이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분산의 가치는 그때그때의 최고 수익이 아니라,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다만 종목 수를 늘린다고 해서 효과가 무한히 커지지는 않는다. 비슷하게 움직이는 기업만 모아 두면, 겉으로는 여러 개를 들고 있어도 실제로는 한 바구니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산업의 성장주만 열 개를 사도, 그 산업이 꺾이면 열 개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나누었는지보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산의 종류, 지역, 산업으로 나누기

나누는 대상은 주식 종목만이 아니다.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처럼 성격이 다른 자산으로도 나눌 수 있다. 주식은 기업의 성장과 이익에 더 직접 연결되고, 가격의 움직임도 큰 편이다. 채권은 이자를 받으며 그보다 덜 출렁이는 경우가 많다. 현금성 자산은 수익은 낮아도, 필요할 때 쓰기 쉽고 다른 자산이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된다.

주식만 여러 종목 들고 있으면 기업별 위험은 줄여도, 주식시장 전체의 출렁임은 그대로 받는다.

 

한 나라의 기업만 들면 그 나라의 경기·환율·정책에 자산이 묶이기 쉽다. 다른 지역을 함께 두면 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큰 충격에는 여러 나라가 함께 움직이기도 하지만, 한 나라·한 통화에 전부를 맡기는 것보다는 낫다.

 

같은 산업의 기업은 비슷한 바람을 받는다. 종목 수가 많아 보여도 산업이 한곳이면 나눈 효과는 작다.

 

숫자를 넣어 보면 분명해진다. 같은 산업 열 종목에 10%씩 나눠 담았다고 하자. 그 산업에 악재가 오면 열 개가 같은 방향으로 20%씩 내려간다. 전체도 20% 내려간다. 열 개로 나눴는데 한 개로 든 것과 결과가 같다.

반대로 다섯은 그 산업에, 다섯은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에 두었다면 같은 악재에서 전체는 10% 근처에 머문다. 나눈 개수가 아니라 「같이 쓰러지는가」가 결과를 갈랐다.

 

분산의 목적은 무엇인가

분산의 목적은 위험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투자에는 원래 위험이 따른다.

목적은 한 판단·한 기업·한 산업·한 나라에 자산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잘될 때의 폭을 조금 줄이더라도, 잘못될 때 일어서지 못할 만큼 무너지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눌 때 실제로 확인할 건 「같이 쓰러지는가」 하나다. 종목 수가 아니라 이것이 분산의 크기를 정한다.

 

바구니가 여러 개여도 같은 방향으로 쓰러지면 의미가 작다. 분산은 종목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위험을 나누는 일이다. 얼마나 나눌지는 한 기업의 실패와 출렁임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책상에서 계획과 숫자를 정리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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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나누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담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 비율이 바로 포트폴리오다.

복잡한 공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으면 한 자산의 출렁임이 전체를 그대로 흔들기 어렵다. 포트폴리오는 그 섞음을 목표·기간·성향에 맞게 비율로 정하는 일이다.

 

투자에서 수익과 위험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오래 보면 주식이 다른 자산보다 높은 성과를 낸 구간이 많지만, 그 과정에는 크게 내려가는 시기도 있었다. 덜 출렁이는 자산은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기대하는 성과도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익은 크게, 위험은 없이”를 한 자산에서 동시에 얻기는 어렵다. 포트폴리오가 하는 일은 위험을 없애는 게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출렁임의 범위 안에서 기대하는 성과를 정하는 것이다.

높은 수익을 바랄수록 출렁임도 커진다.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팔면 기대한 수익은 의미가 없다. 비율을 정할 때는 “얼마를 벌고 싶은가”보다 얼마나 내려가도 들고 갈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 편이 낫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다는 것

자산을 여러 개 들고 있어도, 그것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나눈 효과는 작다.

한 자산이 내릴 때 다른 자산도 같이 내린다면, 종목 수나 자산 수가 많아도 실제로는 한 덩어리에 가깝다. 반대로 한 자산이 부진할 때 다른 자산이 덜 움직이거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전체의 출렁임은 한 자산만 들고 있을 때보다 작아질 수 있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으면, 전체 구성의 위험을 다루기가 쉬워진다.

주식끼리도 산업·지역이 다르면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고, 채권·현금성 자산과 섞으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큰 충격에는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

 

재무 서류와 계산기를 펼쳐 둔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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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개인 투자자가 구성을 볼 때 자주 만나는 세 가지 조각이다.

주식은 기업의 성장과 이익에 참여하는 자산이다. 길게 보면 성과의 원천이 되기 쉽지만, 가격의 출렁임도 크다. 주식 비중이 클수록 성장의 과실을 더 많이 가져가는 대신, 내려가는 구간도 더 깊게 받아들인다.

채권은 이자를 받으며 주식보다 덜 출렁이는 경우가 많다. 주식과 항상 같이 가지는 않아서, 주식의 출렁임을 완화하는 역할로 자주 쓰인다. 다만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는 채권 가격도 부담을 받을 수 있다.

현금성 자산은 예금·단기 금융상품처럼 쓰기 쉬운 돈이다. 수익은 낮지만 급한 지출에 자산을 깨지 않게 하고, 내려간 뒤 다시 담을 여지를 남긴다.

 

이 세 가지는 우열의 순서가 아니다. 역할이 다르다. 포트폴리오는 이 역할을 내 상황에 맞게 나누는 일이다.

 

공격형, 균형형, 보수형

비율을 어떻게 나눌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구성을 가늠할 때, 흔히 세 가지 방향으로 묶어 본다.

공격형은 주식 비중을 높게 둔다. 긴 시간 동안 성장의 성과를 더 많이 가져가려는 구성이다. 기간이 길고, 출렁여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으며, 중간에 팔지 않을 수 있을 때 잘 맞는다.

균형형은 주식과 채권, 때로는 현금성 자산을 함께 둔다. 성과와 안정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구성이다.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출발점으로 삼는 자리이기도 하다.

보수형은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과 현금성 자산을 더 둔다. 곧 써야 할 돈이 있거나,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걸 견디기 어려울 때 자주 선택된다.

 

이 이름들은 성적표가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출렁임과, 돈이 필요한 시점에 맞는지를 보는 분류다.

 

 

투자 기간에 따라 비율이 달라진다

돈을 언제 쓸 것인지는 비율을 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 중 하나다.

기간이 길면 중간에 내려가도 회복을 기다릴 시간이 있어, 주식 비중을 더 둘 여유가 생긴다. 기간이 짧으면 내려간 뒤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므로, 출렁임이 큰 자산의 비중을 낮추는 편이 맞다.

 

몇 달 안에 써야 할 돈을 주식에 모두 넣어 두면, 그 짧은 구간의 시장 움직임에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이삼십 년 뒤에 쓸 돈까지 현금에만 두면, 물가가 오르는 동안 돈의 힘이 줄어들 수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기계처럼 나눌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돈이 언제 필요한가를 먼저 묻는 일은 거의 언제나 도움이 된다.

 

비율을 정한 뒤에도 구성은 변한다. 주식이 오르면 비중이 커지고, 내리면 작아진다. 가끔 처음 비율 근처로 되돌리는 일은 시장을 맞히려는 매매가 아니라, 정한 성향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마치며

전략이 “무엇을 보고 살 것인가”라면, 분산과 포트폴리오는 “그 확신을 얼마나, 무엇과 함께 담을 것인가”다.

한 종목에 모든 걸 걸면 잘될 때와 잘못될 때의 폭이 함께 커진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기업과 자산을 섞으면 한 번의 실패가 전체가 되기 어렵다. 그 비율은 기간과 성향에서 출발한다.

 

구성에 앞서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 보는 편이 낫다.

그 답이 비율을 가른다. 분산과 포트폴리오를 정한다는 건 이론을 적용하는 일이기보다,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자리를 비율로 옮겨 적는 일

인 셈이다.